- ‘쥐꼬리 예산’ 발전여지 없어
- 운영비 부산의 배 넘는 대구
- 전문인력 뽑아 풍성한 기획
- 문화예술 저변 넓혀 선순환
주민의 문화 향유권 신장과 지역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탄생한 부산지역 구·군 문화회관이 설립된 지 최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재롱잔치나 노래교실 등의 대관 공연 위주로 운영되면서 ‘강당 수준’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기초지자체 대부분의 문화회관이 운영 인력과 예산의 부족 등으로 기획 프로그램이 미흡하고 관객 유치 전략이 없어 대관 위주로 운영되면서 시민이 찾지 않는 ‘무늬만 공연장’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전국 문화기관 시설 총람’을 분석한 결과, 부산지역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금정·동래·북구·영도·을숙도·해운대문화회관의 2018년도 운영 실적은 대관공연 수입이 6억6800여만 원, 유료 관객 7만8463명, 총관객 32만7587명으로 나타났다. 대관공연 수입이 전체(10억660만 원)의 66%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도 6개 공연장의 대관공연 총수입은 5억9780만 원으로 전체(10억1250만 원)의 59% 수준이다. 지난해 기획공연 수입이 1억 원을 넘는 곳은 금정·해운대문화회관 두 군데였고, 동래구와 북구는 각각 2170만 원, 1600만 원에 불과할 만큼 실적이 저조했다.
이들 문화회관은 1999년 동래를 시작으로 이듬해 금정·을숙도가 설립됐고, 북구(2005년)와 해운대(2007년), 영도(2009년)가 2000년대 들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설립된 지 최소 10년 이상 됐지만 대부분 특색 없는 대관 공연에 머문다. 동래문화회관의 경우, 이달 한달 동안 ‘○○어린이집 재롱발표회’ ‘○○여성노래교실’ 등의 일정으로 차 있고, 다음 달부터는 공연 자체가 잡혀 있지 않았다. 다른 공연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문 인력이 없고 공연장 관리가 안 되니 부산은 공연 기획자들 사이에 기피 지역이 됐다. 수도권에서 공연 기획사를 운영하는 이정우(49) 대표는 지난해 말 기초지자체의 문화회관을 이용하려다 포기했다. 협업이 어렵고, 조명·음향 시설 등을 모두 고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부산문화회관이나 벡스코는 원하는 날을 잡기 어려워 작은 공연장을 찾으려고 했지만 포기했다”며 “주요 공연팀이 서울·대전·대구는 가더라도 부산은 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부산문화회관 이용관 대표는 “부산지역 공연장이 활성화되려면 전문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부산시와 기초지자체장이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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