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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45> 포항 영일만 청어 과메기

포항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 날 추워지면 쫀득한 네가 그립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9.12.24 18:44
- 동해서 많이 잡히는 청어·꽁치
- 덕장서 해풍으로 꾸덕하게 건조
- 생선 두 갈래로 갈라서 말리면
- 누구나 좋아하는 고소·깔끔한 맛
- 통째로 말린 건 마니아들이 선호

- 포항 사람, 과메기 손으로 찢어
- 배추속에 미역·초장 올려 한 쌈
- 이 맛 잊지 못하는 외지인 몰려
- 겨울이면 죽도시장이 바글바글

관목어(貫目魚). 꿸 관(貫), 눈 목(目), 고기 어(魚). ‘생선의 눈을 꿴다’는 뜻의 ‘관목어’는 ‘눈을 꿰어 말린 생선’, 즉 건어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금의 경북 포항 해안지역에서 생산되는 과메기도 그중 하나다. 포항사람들은 ‘과메기’의 옛말이 관목어라고 이야기한다. 관목어의 ‘목’이 포항 지역 말로 ‘메기’이기에 관메기로 불리다가 ‘ㄴ’ 탈락 현상으로 인해 지금의 ‘과메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포항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과메기는 한때 6000t 가까이 생산되다가 요즘은 연간 2000~3000t 정도로 감소하는 추세다. 활용되는 주 어종은 꽁치이다. 포항을 중심으로 동해의 꽁치 소비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그 때문에 동해 연안에서는 이 꽁치로 물회도 만들어 먹고, 전분 발효(밥식해)도 해먹고, 꽁치살로 내린 추어탕도 끓여 먹는다. 그만큼 활용도가 높은 생선이다.

예부터 제철에 대량 어획되는 생선들은 주로 말리거나 염장을 하거나 밥식해를 해 오래도록 저장하여 두고두고 먹었다. 과메기도 동해에 나는 지천의 청어나 꽁치를 건조한 저장성 음식이다. 원래 청어를 주로 활용하여 과메기를 만들었으나, 그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많은 양이 꽁치로 대체되었다.

■관목어(貫目魚)가 과메기로

경북 포항 영일만의 한 덕장에서 청어를 건조해 과메기로 만들고 있다.
과메기의 주재료였던 청어는 한때 우리나라 전역에서 어획되던 친숙한 생선이었다. 누어, 비어, 비웃, 구구대라고도 불렸다. 대량 어획으로 싼값에도 넉넉한 식자재였기에 서민들에게는 참으로 기꺼운 존재였을 것이다. 예부터 ‘선비들 살찌우는 생선’이라 하여 ‘비유어(肥儒魚)’라 불리기도 했고,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속에는 수군이 청어를 잡아 군량미에 보탰다는 기록도 있다. 오래전부터 건제품으로도 가공되어 소비되었는데, 조선시대에 이미 연관목(烟貫目)이라고 하는 청어 훈제품이 제조되고 유통되기도 했었다. 한편으로 청어가 차고 넘칠 때는 그 처리가 곤란하여 밭에 거름으로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포항 영일만은 매년 겨울마다 청어가 잡히는데, 영일만에서 처음 잡아 임금에게 진헌한 후 모든 읍에서 비로소 잡기 시작했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그해의 어획량에 따라 다음 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 영일만이 청어과메기 생산의 풍족한 여건을 충족하고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매년 청어 잡아 임금께 진헌

포항 죽도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갓 잡은 청어(위)와 배추, 마늘, 다시마, 쪽파를 곁들인 청어 과메기 한 상.
전 세계적으로도 청어는 가장 풍부한 어종 중의 하나이다. 다양한 수요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청어알은 북미에서는 최고의 음식으로 꼽히고, 북유럽 쪽에서는 청어를 염장하거나 발효시킨 음식이 소울푸드이기도 하다. 중세 사람들은 이 청어를 오래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대기근을 면하기도 했고, 이로 인해 소금과 함께 유럽 해상무역의 주도권 싸움에 등장하기도 했던 세계문화사적으로 주요한 식자재기도 했다.

청어로 만든 세계적인 음식들도 많다. 우리나라 홍어와 함께 세계 5대 악취 음식인 수르스트뢰밍을 비롯한 유럽의 훈제청어와 청어 초절임, 북미의 청어 통조림 등과 일본의 청어소바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청어로 구이나, 찜, 회 그리고 과메기 등이 있겠다.

이 청어는 냉수성 어종이라 겨울철 이 그 맛이 특히 뛰어난데, 이 무렵 잡은 청어를 바닷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여 청어과메기를 생산한다. 등 푸른 생선이라 쉽게 상할 수가 있어,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건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저장 후에는 서민들의 밥상에 오르내리는 귀중한 음식이기도 했다.

지금은 과메기 덕장을 만들어 대량생산을 하고 있지만 원래 과메기는 부엌으로 통하는 살창(부엌문 옆에 나무 살로 환기가 잘 되게 만든 창)에 생선을 걸어두고, 솔가지로 불을 때던 아궁이의 은근한 열기의 훈연과 차가운 외풍으로 건조했다. 이런 건조법을 냉훈법(冷燻法)이라 하는데, 그 맛과 향이 특별해 임금께 진상했다고 한다.

역사가 깊고 널리 사랑받았던 음식이기에 과메기에 대한 스토리텔링도 많다. 그중 하나는 어느 선비가 엄동설한에 과거를 보러 가다가 산속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생선을 발견하고 맛있게 먹었던 것이 유래가 되었다는 이야기, 어부들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배 지붕에 던져둔 생선이 꾸덕꾸덕 잘 말랐는데 그 맛이 좋아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과메기의 건조 방법은 등뼈를 중심으로 두 갈래로 갈라 말리는 방법과 생선을 통째로 말리는 방법이 있는데, 전자는 맛이 전반적으로 고소하면서도 깔끔하여 일반인들이 선호하고 후자는 그 맛이 짙고 농후하여 과메기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청어과메기, 냉훈법으로 건조

포항 사람들은 이 과메기를 가위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찢은 과메기를 초고추장에 찍은 후 김과 미역, 속 배추 등에 올리고 쪽파, 마늘, 고추를 더하여 쌈으로 싸서 먹는다. 기호에 따라 잘 익은 김치 등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잘 말린 과메기를 구워서 먹기도 하고 찌거나 조려서 먹기도 한다. 한 마디로 전천후 밥반찬이기도 했던 것. 그만큼 서민들에게는 친숙하고 유효한 식자재였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요즘 포항 죽도시장에 가면 청어와 꽁치로 만든 과메기들이 두름 두름 발처럼 걸려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전국에서 포항 과메기를 사기 위해 몰릴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구매할 때 좋은 과메기는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적당한 탄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표면이 매끄럽고 선홍빛을 띠며, 통통하고 살이 단단한 것이 좋다.

과메기는 그 맛도 맛이려니와 겨우내 소홀하기 쉬운 영양분 보충에도 유효하기에 대표적인 겨울음식 중 하나로 손꼽힌다. 요즘은 청어가 많이 나기에 청어과메기나 꽁치과메기나 입맛에 따라 선택하여 구입할 수 있어서 더 편리하게 된 것도 기꺼운 일이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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