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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43> 마산 탱수국

험악한 외모에 가려진 속 시원한 개운함, 마산 술꾼 아재는 이 못난이를 사랑한다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9.11.26 18:45
- 탱수 삼숙이 삼식이 꺽지 쑹치…
- 지역마다 제각각 이름 ‘삼세기’

- 부풀린 몸집 날카로운 지느러미
- 위협적인 생김새에 멈칫 하지만
- 무 마늘 모재기 넣고 끓이면
- 맑고 시원한 맛 일품인 해장국

- 부산에선 낯선 마산 향토음식
- 어시장서 한그릇 뚝딱 어떨지

탱수. 뭐가 불만인지 퉁퉁 부어있다. 배를 만지거나 건드리기만 하면 제 몸을 탱글탱글 부풀리고, 날카롭게 생긴 등지느러미를 곧추세운다. 그리고는 제 몸이 다 들어 갈 만큼 큰 입을 쩍 벌리며 위협을 한다. 괜히 심술이 나서 탱탱 부어있는 느낌이랄까? 평소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는 자들에게 ‘탱수처럼 부어있다’고 표현하는데, 과연 그 표현이 영락없다.
바다 어류 ‘삼세기’의 마산지역 말인 탱수. 배가 하얗고 볼록하며 등은 오돌오돌 돌기가 있어 거칠다. 평소 불만스러운 얼굴을 한 자들에게 ‘탱수처럼 부어있다’고 표현한다.
‘탱수’는 바다 어류 ‘삼세기’의 마산지역 말이다. 쏨뱅이목 삼세기과의 생선으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한다. 그 때문에 이 삼세기를 지역에 따라 제각각으로 편하게들 부른다. 탱수(경남), 삼숙이(강원), 삼식이(전라, 충청), 수베기(포항), 꺽지(강화), 꺽쟁이(서산, 태안), 망챙이(속초), 쑹치. 그만큼 서민들에게는 만만하고 친숙한 어족이라는 뜻이기도 하겠다.

삼세기는 배가 하얗고 볼록하며 등은 오돌오돌 돌기가 있어 거칠다. 갈색 바탕에 얼룩덜룩한 진한 무늬가 있다. 수심 10~100m 바위 밑 등에 숨어 서식하면서 갑각류와 어류를 주로 잡아먹는다. 큰 입으로 자기보다 큰 어류도 포식할 정도로 탐식성이 강하다. 최대 35㎝까지 큰다.

■‘탱수’는 ‘삼세기’ 이르는 마산 탯말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탱수국 한 상.
겉으로 보기엔 꽤 위험하게 생겼다. 그러나 독은 없다. 생긴 것은 험상궂지만 강력한 한방(?)이 없어 실속이 없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충청도 지역에서는 이놈처럼 못생기고 어수룩한 사람들을 빗대 놀리는 말로 ‘삼식이’란 말을 쓰기도 할까?

삼세기는 못생기고 흉측해서 호감 가는 외모는 아니지만, 국으로 끓여 놓으면 그 개운하고 시원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부분 지역에서 매운탕으로 끓여 먹는데, 시원하고 칼칼한 맛에 많은 술꾼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특히 강릉을 중심으로 동해 북부지역에서는 이 삼세기로 끓여내는 ‘삼숙이탕’이 유명하다. 그 조리법으로는 삼세기를 지느러미와 꼬리를 잘라내고 내장을 뺀 뒤 껍질을 벗겨 5㎝ 크기로 토막 낸다. 냄비에 물을 붓고 팔팔 끓으면 토막 낸 삼숙이와 명태 내장(곤이),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잠시 끓인다. 먹기 직전에 미나리, 쑥갓, 풋고추, 붉은 고추, 후춧가루 등을 넣고 살짝 끓여낸다.

이 삼세기를 마산에서는 ‘탱수’라 부르며 생선국으로 즐겨 끓여낸다. 특이한 점은 탱수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 대부분 맑은국으로 끓여낸다는 점이다. 물론 기호에 따라 매운탕으로 끓여주기도 하지만, ‘탱수 맑은국’은 마산에서만 먹는 특별한 음식으로 간주된다. 마산의 오래된 향토음식이자 마산 중년 남성들 가장 좋아하는 해장국이기도 하다.

■맑은국으로 즐겨

진홍색의 탱수 애(간)는 부드러우면서 고소해 아귀 애에 비견될 정도다.
‘탱수국’은 원래 일제강점기에 마산으로 유입된 일본인들에 의해 대중화 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가 시원하면서도 담백하고 뜨거운 맛의 탱수국맛을 알게 된 마산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질과 맞는 이 음식을 널리 섭생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알맞은 크기의 싱싱한 탱수 한 마리를 내장만 제거한 후 깨끗이 다듬어 놓는다. 물이 팔팔 끓으면 탱수를 한 마리 통째 넣은 후 무, 마늘 등만 넣고 끓이다가 모재기(모자반)와 미나리를 한 줌씩 넣고 소금 간으로 한소끔 끓여낸다. 재료는 무조건 살아있는 탱수를 기본으로 싱싱한 것을 쓰고, 육수가 팔팔 끓을 때 탱수를 넣어야 국물이 깔끔해지고 고기 살도 안 부서지고 연해진다. 양념 재료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로 단출하게 쓴다. 최소한의 양념을 써야 제대로 된 맑고 시원한 맛을 낼 수가 있다.

그런데 ‘탱수국’에는 마산만의 특징이 있다. 바로 모재기, 몰이라 불리는 ‘모자반’을 넉넉하게 넣는다는 것이다. 이 모재기를 넣으면 바다 해초 향이 물씬 나면서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 미나리는 생선에 있을 독성을 제거해주고 비린내를 잡아준다. 먹기 전 복국처럼 식초를 조금씩 타서 먹으면 더욱 깔끔하고 개운하게 먹을 수가 있다.

‘탱수국’은 날이 추워지면 질수록 더욱 더 맛있어진다. 제철은 찬 바람이 부는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다. 그중에서도 맛의 정점에 설 때가, 한 해 중 가장 추운 12~1월 중이다.

■추울 때 먹으면 최고 해장국

추울 때 뜨끈뜨끈하게 먹으면 최고 반열의 음식이다. 특히 마산에는 나이 지긋한 이들의 술국으로 널리 소용되기도 하고, 그다음 날 속 쓰릴 때 필히 한 그릇씩 먹는 해장국으로 꼽히기도 한다.

마산 수산시장의 생선국 전문점에서 ‘탱수국’을 주문한다. 한술 뜬다. 뜨겁게 시원하다. 맑은 해장국이라 그런지 ‘탱수’ 본연의 맛이 그윽하다. 그리고 깔끔하고 개운하다. 기본적인 양념만 했기에, 진하게 훅 다가오는 다른 생선국과 달리 생선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것이 격조가 있다.

부드러운 살은 혀로 짓이겨질 정도로 부드럽고, 머릿살 등은 살짝살짝 쫄깃해 재미가 있다. 껍질은 복어껍질 못지않게 가슬가슬하면서도 끈적끈적 혀끝에 들러붙는다. 붉디붉은 진홍색의 애(간)는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기가 아귀 애에 비견될 정도다. ‘탱수조림’ 또한 짭조름하면서도 생선조림의 감칠맛과 쫀득한 식감을 잘 살려 흔쾌하다. 무 또한 탱수의 깔끔한 향이 스며들어 담백하고 은근하다. 아주 흔쾌한 해장국 한 그릇이다.

여기서 의문점 한 가지. 마산과 만(灣) 하나 사이로 인접한 부산 사람들은 ‘탱수’라 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최근 미디어의 발달로 ‘삼식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인지할 정도이다. 언어나 생활습관, 음식문화 등이 한 지역권으로, 이질감이 별로 없는 두 지역인데도 이 ‘탱수’만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지리적으로 부산과 마산은 남해 끝자락과 동해 끝자락이 만나는 경계지역인 데다 탱수의 동방한계선(?)이 마산쯤인 것도 같고, 잔가시가 많아서 가시를 섬세하게 발라 먹어야 하는 탱수국이 부산 사람들의 기질과 안 맞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더욱 오리무중, 요지경 속 마산의 향토음식이 바로 ‘탱수국’이다.

여하튼, 찬 바람이 불면 더욱 맛있어지는 마산 탱수국. 맑은국으로 자주 먹기에 다른 지역 삼세기 매운탕과는 결이 다른 음식이다. ‘마산 삼세기 맑은국’은 본연의 ‘탱수국’이란 독립적인 음식 이름으로 분류해야 할 것도 같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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