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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41> 서해 생선간국과 우럭젓국

염장 생선 말려 지글지글 끓여내니 … 뽀얗고 깊은 맛 일품이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9.10.29 19:16
- 서해 앞바다서 잡힌 생선 중
- 상품성 없는 것 소금 절여 건조
- 식재료 부족한 겨울 밥상에 활용

- 요즘은 꼬들꼬들 말린 우럭에
- 무 고추 마늘 양파 새우젓 넣고
- 칼칼하게 끓인 ‘젓국’이 대세
- 염장·발효가 조화 이뤄 감칠맛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저장하여 겨우내 두고두고 먹었다. 그 저장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말리거나 염장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충남 서해안에서 겨울에 즐겨 먹는 토속음식 우럭젓국
생선을 간물에 깨끗이 장만하여 바닷바람에 말리기도 하고, 소금에 절여 보관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관해 놓고 끼니때마다 꺼내어 찜으로도 쪄 먹기도 하고 국이나 찌개로 끓여 먹기도 했다.

생선 저장의 또 다른 방법은 발효저장이다. 염장발효와 식해발효로 대별된다. 소금 생산이 많은 서해 지역은 생선을 소금으로 절여 염장발효시켜 젓갈로 먹고, 소금이 귀한 동해안에서는 쌀이나 좁쌀 등 곡물로 유산발효 시켜 식해로 만들어 먹는다.

■짭짤한 국물의 속 깊은 매력

충남 서산이나 태안 등지 시장에서 쉽게 만나는 우럭젓국용 우럭포.
서해 쪽은 소금 생산이 많은 지역이라 생선을 주로 염장해 말려놓았다가 식재료로 사용한다. 염장한 생선을 무시로 한두 마리씩 꺼내 자작한 국으로 끓여 먹었는데, 이 음식을 ‘짠맛이 도는 국물’ ‘짭짤한 국물’이라는 의미로 ‘간국’이라 부른다.

주로 한 철 대량으로 잡히는 회유성 어종이 그 대상으로, 서해에서 많이 잡히던 조기 숭어 민어 우럭 등을 이용해 간국을 만들어 먹었다. 이들은 철 따라 서해 연안을 오르내리며 먹이 활동을 하는데, 풍어가 들면 한 철에 다 처리하기도 힘들 정도로 물량이 넘쳐나 파시를 이룬다. 말 그대로 대량 포획이 가능한 어종을 염장해 말린 뒤 자작하게 끓여 국으로 만든 음식이 ‘간국’이다.

이 생선들을 염장하여 이듬해 봄까지 국을 끓여 상에 올리거나 다음 파시 전까지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다. 주로 서해안 전라도 지방이 간국의 중심지로 목포, 신안 등지가 ‘간국’으로 밥상을 차리는 음식문화권이다.

간국의 대표적인 식재료는 조기로, 남도의 섬 지방에서는 염장해 놓은 ‘조기간국’으로 겨우내 밥을 먹었다. 상품성 없는 허드레 조기를 염장해 두었다가 끼니때면 쌀뜨물에 재워서 자작하게 끓여내는 것이다.

이 염장 조기 두어 마리만 있으면, 별다른 재료가 없어도 짭짤하면서도 곰삭은 깊은 국 맛을 볼 수가 있었다. 음식이 짜기에 간국 이외의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밥을 먹을 수 있어 늘 곁에 두고 먹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목포 9미’에 드는 우럭간국

서해안의 대표적 간국인 조기 간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제공
요즘은 우럭을 양식하여 사시사철 제공하기에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간국은 우럭으로 대체되었다. 우럭은 오래전 임금께 진상되던 고급 어종으로 살이 두텁고 국으로 끓였을 때 국물이 시원해 널리 사랑받던 식재료였다.

주로 ‘우럭간국’은 봄·가을에 염장 건조하여 겨울철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 특히 목포의 우럭간국이 유명하다. 목포의 우럭간국은 목포의 향토음식으로 ‘목포 9미’ 중 하나일 정도로 목포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목포는 서남해안의 어업집산지로 신안, 진도 등지의 수산물이 모두 모이는 곳이다. 때문에 다양한 생선의 간국을 맛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해 충남지역에는 이 우럭을 새우젓국으로 간을 해 시원하면서도 진한 감칠맛이 도는 우럭간국을 만들어 먹었다. 젓국으로 간을 낸다고 ‘우럭젓국’이라 부른다. 주로 서산, 태안, 대천 등지의 향토 음식이다. 그래서 여러 생선의 간국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우럭젓국은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와 잘 끓여낸 곰국을 연상케 한다.

■꼬들꼬들 잘 말리고 쌀뜨물 활용

‘우럭젓국’은 충남 서해안 사람들이 주로 겨울에 먹는 토속 음식이다. 우럭을 꼬들꼬들하게 잘 말린 뒤 무, 청양고추, 마늘, 양파, 새우젓 등을 넣어 끓인 것이 우럭젓국이다. 특별한 요리라기보다는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식자재를 이용한 보편식이라 할 수가 있다.

원래 ‘우럭젓국’은 염장 조리한 우럭을 제사상에 올렸다가 내린 후, 살은 따로 먹고 큰 대가리와 굵은 뼈를 지진 두부와 함께 넣고 푹 끓여 먹었던 ‘제사 후 음식’이었다. 지금은 염장한 우럭을 한 마리 통째로 쓴다. 우럭 큰 놈을 배를 갈라 펼쳐서 염장하여 반건조 상태에서 토막을 내 국을 끓여내는 것.

이처럼 ‘우럭젓국’은, 충남 해안가 지역 사람들이 입맛 없을 때 널리 끓여 먹는 토속음식이다. 별다른 식재료 없이도 그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인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서산, 태안 등지의 시장에서는 우럭젓국용 우럭포를 파는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건조 상태가 달리한 우럭포를 입맛 따라 살 수가 있다.

우럭젓국의 핵심은 얼마나 우럭을 잘 말리냐에 달렸다. 간이 덜되면 부패하고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비린내가 심해 맛을 버린다. 그러니 우럭젓국 조리의 핵심은 비린내를 잡는 것. 쌀뜨물에 염장 건조한 우럭포를 담가, 살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고 비린내 잡는 데도 이용하는 것이다.

■뽀얗고 진한 생선국 ‘개운하다’

취재 차 들렀던 서해의 우럭젓국 맛집에서 우럭젓국 한 상을 받는다. 냄새부터가 대단하다. 짠 내와 꼬릿꼬릿한 냄새가 실내에 가득 퍼지는데, 그 냄새가 너무 원초적이라 단숨에 침이 한 움큼씩 고인다. 수심이 깊은 음식의 맛이랄까? 잘 말린 우럭포를 토막 내 새우젓국에 끓여냈는데 감칠맛과 생선 발효된 맛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생선살은 쫄깃쫄깃 꼬들꼬들한데 그 와중에도 부드럽게 씹힌다. 뽀얗게 진한 생선국은 우러날 대로 우러나 더 이상의 진한 생선국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도 그 시원하고 입 안 가득 돌고 도는 풍성함은 어디에 비유해도 손색이 없다.

적당히 썰어 넣은 땡초의 알싸함은 생선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잡내를 잡아주고 생선국이 밴 무와 두부 또한 한 점 한 점이 기껍게 다가온다. 궁극의 짠맛인데 이렇게 개운하다니… 염장과 발효가 합일해 내는 조화로움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겠다.

구릿하면서도 시원하고, 짭짤하면서도 구수하다. 게다가 감칠맛 또한 진하게 퍼져나는 음식, 간국과 우럭젓국. 서해안에서는 이 음식들만 있으면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든든한 한 끼의 식사가 된다. 서민들 밥상 위 정중앙을 차지하는 귀하디 귀한 음식이기도 하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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