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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작가’ 강운의 13년 한지 실험

한지 조각조각 붙여 만든 구름, 그 사이로 느껴지는 청명한 바람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2019.06.18 18:49
- 고행같은 작업 끝에 완성한 작품
- 잡념과 고통을 잊게 해준 과정

- ‘상처/치유’ 주제 대표작 100점
- 30일까지 신세계갤러리서 전시

서양화가 강운(53)은 하늘 위 변화무쌍한 구름을 그리는 작가다. 작가의 이름 또한 구름 운(雲)자로, 구름 작업은 그의 운명이나 다름없다. 대형 캔버스에 정처 없이 흐르는 색색의 구름은 관람객을 편안하게 압도한다.
캔버스를 하늘 삼아 변화무쌍한 구름을 형상화한 강운 작가의 ‘공기와 꿈’.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 제공
구름 작업은 추운 겨울 창가에 앉아 본 하늘 풍경의 구름에 착안해 시작됐다. 강 작가는 “표면적으로 하늘이란 실체의 묘사이나 사실은 구름과 바람과 빛이 빚어내는 한 수의 서정시였고, 명상을 통해 자연과의 순환적 감정이입을 성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강운 작가의 ‘0-1095’.
‘구름의 화가’ 강운의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0대의 불안을 달래주었던 하늘, 자연의 상처에 공감했던 갯벌의 흔적들, 마음을 비우기 위해 무수히 반복해서 찍었던 점 등 작품에 드러난 형상은 다르지만 심리적 상흔을 치유하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겼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부터 캔버스를 하늘 삼아 유화로 변화무쌍한 구름을 형상화했고, 2006년부터 유화물감에서 과감히 한지로 재료를 바꿔 구름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 ‘공기와 꿈’ 시리즈는 천 위에 천연염색 한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얇은 한지를 잘게 오려 겹겹이 붙이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구름의 입체적인 깊이감과 결이 살아 있다. 그는 “잡념과 고통이 없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 작은 한지 조각을 화면에 붙인다. 수행과도 같은 과정을 통해 ‘구름’이란 소재는 보이는 형상 안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사유와 철학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0-1095’시리즈는 일획(一劃)의 점으로 그려진다. 아크릴판 위에 젖은 화선지를 놓고 점을 찍어 물감이 자연스럽게 번져나가게 한 뒤 종이가 마르면 판에서 떼어내는 방식이다. 작가는 이런 작업을 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다는 의미에서 날짜 수이자 작품의 개수를 나타내는 ‘0-1095’라는 제목을 달았다.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는 똑같지만, 결과물은 당시의 온도나 습도, 종이의 부착 상태, 작가의 신체 리듬 등에 따라 어느 것 하나 같지 않다. 이는 수많은 경우의 수 앞에서도 의연하게 견뎌내야 하는 인간의 숙명과도 닮았다.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은 ‘상처/치유’다. 작가가 개인적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작품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철조망을 모티브로 한 신작 ‘상처’, ‘흔적’ 시리즈는 고통의 감정들을 철조망 형상으로 캔버스에 그리고, 긁어내고, 지우기를 반복해 겹겹이 지워져 덮인 상처의 흔적을 표현했다. 캔버스 표면은 작가의 살갗이고 선은 상처의 감정과 기억이다. 강 작가는 “이번 신작은 덮어뒀던 상처의 감정들을 꺼내어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며 “전시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가진 관람자와 내 상처의 기억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신작을 포함해 ‘공기와 꿈’, ‘0-1095’ 시리즈 등 대표작 100여 점이 걸렸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051)745-1505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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