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yalty and Vanity’展
- 갤러리604·부민병원 전시
- 내년 2월 28일까지 대표작 망라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1823~1915)의 증손자인 얀 파브르(60)의 개인전 ‘Loyalty and Vanity’(충성심과 허영심)가 부산 중구 갤러리 604와 해운대 부민병원 1층 프로젝트 B6에서 열리고 있다.

얀 파브르의 모자이크 시리즈 중 작품 ‘After the royal festivities’. 갤러리 604 제공

벨기에 앤트워프 출신의 얀 파브르는 조형예술, 연극, 무용 등 갖가지 장르를 뛰어넘는 전방위 종합예술가로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린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자연과 인간, 곤충과 과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 과정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자연의 순환원리와 함께하는 인간의 삶을 체득했으며, 이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 됐다.

갤러리 604에서 만난 얀 파브르.

이번 전시의 기획은 벨기에 미술학자 요안나 드 보스가 맡았다. 201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인 ‘모자이크 시리즈’,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무라노 유리(이탈리아 무라노섬에서 만드는 유리)와 동물의 뼈를 소재로 한 작품, 파란색 볼펜과 곤충을 이용한 드로잉인 ‘아워블루(Hour Blue)시리즈’ 등 얀 파브르의 대표작과 최근작을 총망라했다. 이번 전시의 일환으로 해운대 더베이 101 옥상에는 그의 브론즈 작품 ‘구름 재는 남자’가 3개월간 설치된다. 입체, 설치, 평면 등 30여 점에서 기발한 장르 융합적 상상력으로 이름 높은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모자이크 시리즈의 제목인 ‘Vanitas vanitatum, onmia vanitas(헛되고 헛되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는 이번 전시의 큰 주제이기도 하다. 즉,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죽음에 이르게 되며, 모든 것이 한순간인 동시에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작품은 비단벌레(딱정벌레의 일종) 날개를 모자이크 형식으로 하나하나 덧대 붙이면서 입체감을 줘 빛의 방향과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아름다운 광채를 발한다. 개, 동물의 뼈, 곤충 등을 화려하게 빛나는 비단벌레 날개로 형상화해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했다.또 다른 작품은 동물의 뼈와 무라노 유리를 재료로 사용해 동물을 물고 있는 해골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단단하고 깨지기 쉬운 두 가지 역설적인 재료를 결합해 삶과 죽음을 통찰한다.

얀 파브르는 “이번 전시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재료와 주제를 대조시키고, 양면성을 파헤치는 작업을 좋아한다. 영원불멸한 비단벌레 날개로 죽음의 이미지를 형상화함으로써 아름다움과 공허함을 모두 가진 삶의 양면성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 카셀 도큐멘타, 상파울루 비엔날레, 리옹 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전에 참여했으며, 2008년 루브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2006년 예술의전당에서 ‘눈물의 역사’라는 파격적인 전위극을 선보였으며, 전시는 2012년·2014년 갤러리 604, 2013년 부산시립미술관 초대전 ‘블루의 시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내년 2월 28일까지. (051)245-5259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