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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20> 통영 쑤기미탕

맹독 쏘아대는 ‘바다의 괴물’, 시원담백한 맛도 중독된다오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2018.12.13 19:07
- 흉측하고 사납게 생긴 외모
- 등지느러미에서 독 내뿜어
- 외국선 악마물고기로 불리기도

- 통영사람치고 안 쏘인 이 없지만
- 지방 적고 담백해 숙취에 좋아
- 고향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맛
- 日 수출 많아 산지서도 귀한 생선

쑤기미.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모습 또한 참으로 흉측하고 사납게 생겼다. 대가리 부분을 보면 입이 크고 넓은 것이 아귀와도 닮았고, 전체적으로 서해안의 삼세기(삼식이)와 흡사해 참으로 못생겼다.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를 활짝 펼쳤을 때는 그 사나움 또한 범상치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등지느러미에 잘못 쏘이는 날이면, 반나절 이상 불에 지지는 듯 고통스런 통증에 시달린다. 오죽하면 영어로 ‘쏘는 악마 물고기(devil stinger)’, 일본에서는 ‘흉측하게 생긴 귀신 물고기(오니 오코제, 鬼虎魚)’라고도 부를까.
통영의 쑤기미 전문식당 ‘진미식당’의 쑤기미탕. 깔끔하고 담박하며 잡내나 비린내가 없고 쑤기미의 살이 부드러워 해장국의 최고 반열로 칠 만했다.
쑤기미는 수심 200m 미만 따뜻한 연안의 바위와 수초 지대, 갯벌 바닥 등지에 붙박이로 서식한다. 서식지에서 보호색을 띠며 먹이를 기다리다가 새우, 게 등 갑각류나 작은 어류를 큰 입으로 아귀처럼 덥석~! 통째로 삼켜서 먹는다. 몸 길이는 20~30㎝이고 6, 7월에 산란한다. 우리나라 전 해역에 서식하며 연중 잡힌다.

쑤기미는 서식지 수심에 따라 그 몸 색깔이 세 가지로 나뉜다. 얕은 바다에서 잡은 놈은 검은빛을 띠고, 수심이 깊을수록 붉은색을 띠다가 심해에서 잡힌 쑤기미는 노란색을 띤다. 전체적으로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산재한다. 얼룩덜룩한 무늬 때문에 흔히 범치, 미역치(제주도)라고도 불리며, 등지느러미에서 독을 쏜다고 쑤기미(통영), 쐬미(여수), 쏠치(제주도), 창쑤기미 등으로도 불린다. 그 독가시에 찔리면 통증이 하룻밤을 넘길 정도로 오래간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또한 이 쑤기미를 “등지느러미가 매우 독하고 노하면 고슴도치와 같이 된다. 가까이 가면 쏜다. 혹 쏘이기라도 하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프다”고 기술했다.

■쑤기미에 쏘이면 이토록 아픈데

쑤기미
“발동기선(發動機船)이 귀했던 시절, 통영 섬마을에서 조업하던 어부들이 가끔 쑤기미에 쏘일 때가 있어요. 풍랑이 일고 바다가 사나우면 시내 병원으로 못 나오거든요. 그래서 제 시간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쏘인 곳이 시꺼멓게 죽어요. 그러다가 손가락을 절단하거나 생명을 잃는 사람도 간혹 있었지요.” 통영의 사진가 정동진(72) 씨의 말이다. 그래서 예부터 쑤기미 독을 해독하는 민간요법도 다양하였다. ‘자산어보’에는 “솔잎 끓인 물을 쏘인 곳에 적시면 신통한 효과가 있다”고 했고, 통영권에서는 간장을 끓여 한두 시간 쏘인 곳을 담그고 있으면 좋아진다고도 했다.

통영 미륵도 인근 마을에는 쏘인 곳에 신나나 휘발유를 바르면 그 통증이 덜해진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 또한 전해진다. 그만큼 통증이 강렬해 이를 완화하기 위한 고충이 읽히는 대목이다. 한때 통영 미륵도 해안에서 활어 양식을 하던 김보한 시인 또한 “통발 속 바다 것들을 건져내다 쑤기미에게 쏘여 동네 이웃 할머니의 ‘신나 처방’을 받았다”며 “그래서 섬에서는 망나니 대접을 받던 생선”으로 기억한다.

■쑤기미탕은 이토록 시원하니

이독치독(以毒治毒)이랄까? 독이 있는 생선은 인체에 좋은 효능이 있고, 탕 등으로 끓여 놓으면 시원함이 남다르다. 복어가 그렇거니와 쏨뱅이 또한 탕으로 끓여놓으면 숙취 해소용 해장국으로 더할 나위가 없다. 쑤기미도 험한 모습과는 달리 맛이 참 좋다.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하며 임산부에게 먹이면 젖이 잘 나온다고도 한다. 맛과 성질이 복어와 비슷하므로 복어 대신 먹을 수도 있단다. 주로 탕으로 끓여 먹는데, 맹독 속에 숨은 그 시원하고 담백한 맛은 통영 사람들에게는 소울푸드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기도 하다.

요사이 통영에서는 볼락과 자리를 다투는 소울푸드가 쑤기미탕이다. 통영 출향민들 또한 가장 그리워하는 통영 음식이 쑤기미탕이라 한다. 그래서 동창회나 출향 인사 모임에서도 볼락과 함께 빠지지 않는 음식이 쑤기미탕이라고. 아귀처럼 해저에서 서식하기에 쑤기미는 간이 크고 위가 두껍다. “그래서 통영 사람들은 ‘쑤기미 애(간)를 먹기 위해 애를 태운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쑤기미 간과 밥통(위)이 맛있다는 말이죠.” 정 사진가의 말이다.

그러나 깊은 수심에서 잡히는 크고 맛 좋은 노란 쑤기미는 산지인 통영에서도 보기 힘들다. 일본으로 전량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안의 쑤기미나 간혹 중간 수심의 불쑤기미(붉은 색 쑤기미)로 조리한다.

통영의 쑤기미 전문 식당 ‘진미식당’에서 쑤기미탕을 맛본다. 첫술부터가 시원함이 남다르다. 그리고 깔끔하고 담박하다. 잡내나 비린 맛이 없고 살 또한 부드러워 해장국으로 최고 반열이다. 그 비결은 육수를 따로 안 내고 쑤기미 자체만으로 국물을 우려내는 데 있다. 그냥 맹물에 무를 넣고 팔팔 끓이다가 쑤기미를 넣고 양파, 파 등속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기만 한다. 맑은 탕은 청양고추, 매운탕은 고춧가루로 색깔을 낸다. 쑤기미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 그 조리법이 아주 단순하다. 그러하기에 그 시원함은 가히 원초적이다.

■통영 사람들의 ‘내 고향 음식’!

쑤기미는 많이 잡히기는 4, 5월이지만 사철 잡히는 물고기라 뜨끈하게 먹기 위해 겨울에 많이 찾는단다. 지느러미와 껍질, 밥통(위), 애(간) 등은 아귀와 맛이 비슷하다.

식감 또한 그러하다. 젤라틴 성분이 다량 함유돼 부드럽고 쫀득하고, 국물은 식으면 젤리처럼 어른어른 어리기도 한다. 긴 취재 중 식은 채로 맛을 보았더니 식어도 맛이 좋다. 여름철에는 차게 해서도 먹는단다.

“간혹 겨울이면 비싸고 귀한 쑤기미 대신 제철인 삼세기(삼식이)를 함께 내는 일부 식당도 있어요. 생긴 모습이 비슷한데다 가격이 싸기에 타지 사람은 이를 모르고 속아서 먹는 거예요.” 30년째 쑤기미 요리를 해온 진미식당 하옥선(71) 씨의 설명이다.

삼세기는 지역에 따라 삼식이, 탱수 등으로 불리는데 쑤기미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쑤기미와 함께 놓고 보면 차이가 난다. 삼세기는 몸체가 사포처럼 가슬가슬 거칠고 쑤기미는 몸체가 매끄럽다. “통영 연안에는 가시로 독을 쏘는 물고기가 크게 두 종류 있습니다. 쑤기미와 쎄치(미역치)가 있어요. 그래서 통영 사람 치고 어린 시절 바다 잘피 속에 있는 이놈들에게 안 쏘여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김 시인의 말이다.

이처럼 쑤기미에게 곤욕을 당하면서도 늘 다시 음식으로 장만하여 나눠 먹고, 그 맛을 잊지 못해 타지에서도 그리워하는 ‘통영 사람들의 소울푸드’, 쑤기미탕. 이를 보면 고향을 일깨워주는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따뜻한 한 그릇의 고향 맛, 고향의 소울푸드임을 쉬 알 수 있겠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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