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출신 실력파 연출가 유병은
- 실제 일어난 탄광 파업 소재로
- 권리투쟁의 역사 무대에 풀어내
- 배우 강성진 등 열연 뒷받침

- 내달 11~27일 영화의전당

뮤지컬 ‘1976 할란 카운티’가 베일을 벗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 그리고 무게감 있는 스토리가 돋보여 부산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1976 할란 카운티’ 제작 발표회에 참가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예술은 공유다 제공

지난 10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1976 할란 카운티’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다음달 11~27일 열릴 본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발표회는 대본 리딩과 노래가 중심이 되는 낭독 공연 형식으로 펼쳐졌다. 무대 장치만 없을 뿐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그리고 스토리는 실제 공연과 다르지 않았다. 또한 일부분만 소개하는 보통 발표회와 달리 작품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공개한 덕에 관객들의 만족도는 배가 됐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유병은(37) 연출에게 낭독 공연을 선택하고 작품 전체를 공개한 이유를 묻자 “어떤 공연인지 일단 모두 보여 준 뒤 실제 공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었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976 할란 카운티’는 미국 켄터키주에서 실제 일어난 탄광 파업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블러디 카운티’라고 불릴 정도로 격렬했던 1976년 당시 파업은 미국 전역 노동자들의 처지를 폭로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작품은 작은 광산 마을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이해관계, 희생과 승리가 함께 하는 권리 투쟁의 역사를 재현하며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한국 관객을 대상으로 한 뮤지컬에서 미국 파업을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 유 연출은 “꼭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다른 나라의 이야기지만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한 당시 사건은 한국인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작품은 정의와 권리라는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비장함과 긴장감이 가득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자연스레 극에 몰입하게 되고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된다.

몰입도와 완성도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강성진을 비롯한 실력파 배우와 유명 음악·무대 감독이 대거 참여한 덕분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활동한 유 연출과의 인연으로 작품을 함께했다. 유 연출은 “많은 분이 흔쾌히 서울에서 내려와 도와주셨다”며 “높은 공연의 질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선보여 부산 공연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1976 할란 카운티’는 입증된 실력을 갖춘 지역 출신 연출가가 지역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유 연출은 고등학교 재학 중 서울 소재 극단에 들어간 뒤 뮤지컬 ‘삼총사’ ‘체스’ ‘올슉업’ 등을 통해 뮤지컬계에서 주목받는 연출가로 거듭난 인물이다.

지난해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온 그는 부산문화재단 청년 연출가 지원 사업 공모를 보고 2년 전부터 구상한 ‘1976 할란 카운티’를 뮤지컬로 탄생시키고자 마음먹었다. 이후 작품성과 대중적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영화의전당이 같은 이유로 제작비 일부와 대관을 지원하면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유 연출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 자신 있는 배우와 음악으로 승부를 봤다”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