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17> 일본 카가와현 사누키 우동 탐방기

하루키가 사랑한 사누키 우동…팔딱이는 면발, 작품이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8.10.25 19:11
- ‘우동현’으로 불리는 카가와현
- 日 3대 우동 ‘사누키 우동’ 본산
- ‘우동 순례’ 온 사람들 북적북적

- 쯔유에 찍어먹는 가마아게 우동
- 멸치육수가 시원한 카케우동
- 날달걀에 비벼먹는 가마타마

- 버터 한 조각에 토핑도 많은
- 젊은 취향 카마타마 버터우동
- 튀김가루 올린 붓가케 우동…
- 다양하지만 면 자부심은 똑같아

일본 시코쿠(四國) 카가와(香川)현은 주말이면 우동을 먹으러 온 여러 지역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사카, 규슈, 교토 차량번호를 붙인 차들이 소도시를 누비며 ‘우동 순례’를 한다. 하루 2, 3곳 우동집을 2, 3일에 걸쳐 찾아다니는 우동 순례. 유명한 우동집에는 우동 한 그릇 먹기 위해 몇십 미터씩 줄을 서고 오래 기다리는 풍경이 예사다. 우동집을 한 곳 한 곳 찾아다니는 수고로운 우동여행을, ‘순례의 마음’으로 감내하면서 기꺼이 행(行)하는 것이다.

카가와현 마루가메시의 우동 명소 ‘나카무라 우동’에서 귀여운 아기가 우동을 맛있게 먹고 있다.
카가와현은 일본 3대 우동 중 하나인 ‘사누키 우동’의 본산이다. 사누키란 카가와현의 이전 지명이다. 그러니 ‘사누키 지역의 우동’이라 하여 ‘사누키 우동’이다. 사누키 우동은 굵고 매끈한 면발로 유명한데, 쫄깃한 식감을 중시하는 우동이라 갓 삶은 우동 면을 쯔유(つゆ· 汁液)에 찍어 먹는 것을 선호한다. 면발의 식감을 즐기고자 우동 국물이나 고명(야쿠미·藥味)은 최소한으로 절제되어 있다. 그러하기에 다른 지역보다 소박하면서도 단출하다.

그러나 사람 몸을 활용해 직접 뽑아낸 면의 식감은 일본 최고라 자부하는 우동이다. 오로지 면발 하나로 승부를 보는 셈이다. 그러하기에 면의 탄력을 음미하기 위해 되도록 씹지 않고 후루룩 후루룩~ ‘목으로 맛을’ 보는, ‘노도고시(のどごし)’를 즐겨 한다. 쫀득쫀득, 쫄깃쫄깃한 중독성 식감의 매력 때문에 ‘우동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맛있는 우동집으로 안내하는 ‘우동버스’와 ‘우동택시’ 등 우동 여행 코스 또한 사시사철 바삐 운행된다.

카가와현 관광슬로건이 ‘코이스루 우동켄(戀する うどん현)’이다. ‘사랑하는 우동현’이란 뜻이다. ‘우동현’으로 자처할 만큼 카가와현 사람들에게 사누키 우동은 깊은 애정과 무한한 신뢰, 큰 자부심의 대상이다. 사누키 우동 홍보대사 캐릭터가 ‘우동이 좋아 우동만 생각’하는 ‘우동뇌(うどん腦)’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대표 ‘우동 도시’이면서 우동 소비도 단연 최대인 곳 또한 카가와현이다. 사누키 우동 한 그릇 값이 200~300엔 정도로 싼 이유도 있겠지만, 이들의 무한한 사누끼 우동 사랑 덕분일 것이다.

이번 우동 취재에 기꺼이 차를 내주고 안내를 맡아준 일본 사람 ‘미호 상’도 카가와 현과 이웃한 에히메현 사람인데도, 이 우동 여행 내내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챙겨보듯 들떠 행복해했다. 미호 상과 하루 4군데의 사누키 우동 현지 맛집을 찾아보았다.

■이토록 놀라운 우동 사랑

젠츠지시 ‘나가타 인 카노카 우동’의 대표 메뉴 가마아게 우동.
‘나가타 인 카노카 우동(長田 in 香の香)’은 카가와현 젠츠지시(善通寺市)에 있는 우동집이다.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현재 시각 8시 40분. 벌써 5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우동집 3곳 중에 하나라고 정평이 난 곳이다.

주방 가마솥에는 한창 면수가 펄펄 끓고, 큰 뜰채 속에는 우동 면이 맛있게 익어간다. 나카타 우동집은 ‘가마아게 우동(釜あげうどん)’이 대표 메뉴다. 가마솥에서 바로 건져낸 우동을 쯔유에 찍어 먹는 우동이다. 쯔유는 식탁마다 하나씩 호리병 같은 항아리에 들어있어 입맛에 맞게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20~30분 기다리자 우동이 나온다. 가마아게 우동 위에 단출하게 파와 생강 정도만 고명으로 곁들였는데, 그만큼 파와 생강 향이 극진하고 상쾌하다. 면을 두어 가닥 집어 올려 살짝 입으로 물어본다. 면의 탄력이 전해진다. 빨아들인다. ‘쭈루룩~’ 우동 면발이 힘차게 입으로 들어오며 팔딱팔딱 튄다. 과연 사누키 우동 본향에 온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옆 테이블에는 네 식구가 앉아 ‘다라이(대야) 우동’을 함께 먹는다. 큰 나무 대야에 면을 가득 담아 주는 다라이 우동은 일반 우동 소(小)자 한 다마(玉) 기준으로 4.5~9 다마 분량이다. 한 그릇에 5~9인분 되는 셈이다. 우동을 다 먹은 뒤 가마아게 우동 면수로 입을 가시는데, 이 또한 담백하면서도 그윽하다.

■이토록 시원한 우동 국물

카가와현 마루가메시 ‘나카무라 우동’의 대표 메뉴 카케우동.
카가와현 마루가메시(丸龜市) 토키강(土器川)변에 있는 ‘나카무라 우동(中村 うどん)’은 자신이 주문한 우동을 직접 가마솥 앞에서 말아서 먹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손님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우동집 중 최고로 깊은 맛을 지닌 집’으로 극찬한 곳이기도 하다. 이 집은 ‘카케우동(かけうどん)’이 전문으로 우리나라에서 맛보는 가락국수 맛과 비슷해 익숙한 맛이다. 혼슈와 접한 해협 세토나이카이에서 잡은 싱싱한 멸치로 육수를 쓰기에 멸치 향이 깊고 진하게 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우동 국물이 참으로 시원한 우동이다.

■이토록 쫄깃한데 고소함까지

사카이데시 ‘히노데 제면소’의 가마타마 우동.
카가와현 사카이데시(坂出市) ‘히노데 제면소(日の出 製麵所)’는 1930년 창업한 우동 제면소이다. 제면소에서 우동집을 운영한다. 오전 11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만 영업하는데 1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개점 때는 50여 명이 줄을 선다. 이곳은 ‘가마타마 우동(釜玉うどん)’이 유명한데 달콤한 쯔유에 비벼 먹으면 된다고 종업원이 설명한다. 식탁에 대파와 가위가 놓여 있는데, 직접 가위로 먹을 만한 크기대로 대파를 썰어 먹으라는 뜻이다. 가마타마 우동은 가마아게 우동에 날달걀을 비벼 먹는 우동이다. 사누키 우동의 쫄깃함에 고소한 계란 맛을 더해 실로 흔쾌하다. 면이 굵어 입안 가득 들어차는 포만감 또한 웅숭깊다. 제면소이기에 생면도 포장해 판다.
카가와현 사카이데시의 히노데 제면소가 직영하는 사누키 우동집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섰다.
■오옷! 새로운 우동 맛의 결정판

타카마츠시 ‘테우치주단 우동바카이치다이’의 카마타마 버터우동.
카가와현의 타카마츠시(高松市) ‘테우치주단 우동바카이치다이(手打十段 うどんバカ一代)’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에도 긴 줄을 서는, 젊은 취향의 우동집이다. ‘카마타마 버터우동’이 전문이다. 가마아게 우동에 버터 한 조각과 날계란을 섞어 비벼서 먹는다. 한입 입에 넣으니 끝없는 고소함과 쫀득한 식감이 어우러지는 것이 새로운 우동의 결정판이다. 때문에 주로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메뉴도 다양하고 토핑(야꾸미)도 많다. 퓨전 요소가 많은, 젊은 우동집이다. 우리 향토음식의 발전전략을 들여다볼 좋은 모델인 듯싶기도 하다.

면 위에 쯔유를 자작하게 부어 먹는 ‘붓가케 우동(ぶっかけうどん)’에 반숙 달걀인 ‘온센 다마고(溫泉玉子)’를 올려 한 그릇 더 먹는다. 면이 입에 착착 감긴다. 면이 구수하고 시원하다. 튀김가루 고명과 파가 함께 씹히면서 향긋하고 고소하다.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는데 향이 상쾌해 이 또한 좋다.

카가와현 사누키 우동 취재는 우리 ‘부산의 밀면’을 줄곧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 밀면이,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사누키 우동을 참고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했던 일본행이었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관련기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