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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9> 강화도 밴댕이

속 좁다 욕하지마라, 오뉴월 밴댕이 참돔보다 맛있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8.06.07 18:48
- ‘봄바람에 집 나간 며느리가
- 밴댕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
- 제 성질 못이겨 금세 죽고
- 전어와 생김새·맛 비슷해

- 한강·예성강·임진강 흘러드는
- 강화 연안 최대의 서식지
- ‘밴댕이 마을’ 후포항 쪽 유명
- 회 젓갈 구이 등 맛 볼 수 있어

- ‘디포리’라 불리는 말린 밴댕이
- 멸치와 함께 육수용으로 많이 써

예부터 속이 좁아 성질 잘 내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을 빗대 ‘밴댕이 소갈머리’란 말이 있다. 이는 그물에 걸려 배에 오르자마자 제 성질을 못 이겨 금세 죽는 ‘밴댕이’의 습성에서 유래 되었다. 실제 밴댕이의 속 또한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작기도 하다.
강화도 후포항 밴댕이마을에서 받은 밴댕이 한 상 차림. 회, 무침, 구이, 조림, 젓달 등이 풍성하다.
그러나 그 맛은 전어와 비교될 정도로 뛰어나다. 전어와 생김새가 비슷할 뿐 아니라 맛 또한 비슷해서 ‘봄 밴댕이,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 ‘봄바람에 집 나간 며느리가 밴댕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속담 또한 전해질 정도로 봄 밴댕이는 봄철 입맛을 사로잡는다.

육수를 내는 데 즐겨 쓰는 말린 밴댕이(디포리).
‘밴댕이’는 청어목 청어과의 등 푸른 생선이다. 전어, 청어, 정어리, 준치 등과 같은 어종으로, 몸길이는 15㎝ 안팎. 우리나라 서남해 연안에 두루 분포하는데, 특히 갯벌이 넓은 강 하구 기수지역의 밴댕이를 최고로 친다. 4월부터 연안에서 잡히기 시작하여 5, 6월에 그 맛이나 어획량이 절정을 이룬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밴댕이를 ‘짤따란 멸치’라 하여 ‘단추(短鯫)’ ‘반도멸(盤刀鱴)’ 등으로 기록했다. 지역에 따라 반댕이, 반당어, 띠뽀리, 반지 따위로 부른다. 충남 서천 일대에서는 들퍼리라고도 한다.

18세기에 나온 ‘증보산림경제’에는 밴댕이로 조리한 탕이나 구이 모두 맛이 있으며, 회로 먹으면 그 맛이 준치보다도 낫다고 기록했다. 밴댕이젓 또한 진미 중의 진미로 임금께 진상될 정도로 귀하게 대접받았는데, 조선 시대에는 임금께 진상할 밴댕이를 관장하던 소어소(蘇魚所)가 있을 정도였다.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에서 어머니께 전복, 어란과 함께 밴댕이젓을 보냈다고 적고 있다.

남해지역에는 이 밴댕이를 말려 멸치와 함께 육수를 내는 데 쓰고 있다. ‘디포리’라고 불리는 말린 밴댕이는 멸치육수보다 맛이 진하고 단맛이 돌아 식당처럼 육수를 대량으로 내는 곳에서는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이처럼 밴댕이의 맛과 쓰임새는 오래전부터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밴댕이마을’ 조성된 강화 후포항

강화도 후포의 갯벌 전경.
밴댕이의 주산지인 인천 강화도. 한강, 예성강, 임진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기수지역인 강화 연안이 밴댕이의 최대의 서식지이면서도 그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 ‘밴댕이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후포항 선수포구’를 찾았다. 이곳 ‘후포항’은 어선을 소유한 어촌계 사람들이,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 직접 어획한 밴댕이로 여러 가지 ‘밴댕이 음식’을 장만하여 팔고 있다. 제철인 봄에는 하루에 두 번씩 물때에 맞춰 밴댕이어선이 드나들 정도로 밴댕이 어업이 번성했던 곳이다.

‘밴댕이 마을’에서는 밴댕이로 다양한 코스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밴댕이회를 비롯해 밴댕이회무침, 밴댕이구이, 밴댕이조림, 밴댕이젓갈 등이 그것이다. 밴댕이는 잡자마자 바로 죽어버리기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잡는 즉시 포구 앞 식당으로 신속하게 공수한다. 이 마을 식당의 밴댕이가 맛있는 이유 중 하나다.

마을 사람들은 ‘강화 밴댕이는 가장 맛좋을 때가 오뉴월, 특히 장마 전 유월이 제일 맛있다’고 말한다. 산란 전이라 몸에 지방이 차오르고 육질 또한 부드러워 여느 고기 안 부럽단다. “이즈음의 밴댕이는 참돔하고도 안 바꿔 먹어요. 그만큼 고소하고 차진 맛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지요.” 강화도 밴댕이는 주로 낭장망어업으로 어획하는데, 낭장망은 조류가 빠른 곳에 설치하여 멸치 등을 잡는 그물로, 긴 자루처럼 생긴 그물을 닻 등으로 고정시키고 조류에 의해 자루그물에 들어간 고기를 잡는 어로법이다. 낭장망어업은 잡히는 어족의 스트레스가 적기에, 낭장망으로 잡는 강화도 밴댕이는 타지의 밴댕이 보다 신선하면서도 육질이 탄탄하다.

■조리법도 맛도 이토록 다양

1㎏ 당 1만 원에 팔리는 강화도의 밴댕이.
후포항 넓은 갯벌을 마주한 ‘밴댕이 마을’의 한 식당에 앉았다. 선창에는 갈매기 떼가 어지러이 선회하며 끼룩거리고, 갯벌에는 어선 몇 척 무료하게 배를 깔고 잠시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밴댕이 음식들이 차려진다. 이곳 식당에서는 밴댕이회, 밴댕이회무침, 밴댕이구이, 밴댕이조림, 밴댕이젓갈 등 밴댕이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맛볼 수가 있다.

밴댕이 음식을 한 가지씩 맛으로 일별한다. 우선 밴댕이회. 밴댕이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포를 떠서 먹기 좋게 접시에 올렸다. 육질은 연하면서도 씹히는 식감이 살아 있다. 전어보다는 담백하지만, 등 푸른 생선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을 계속 기껍게 한다. 원래 이곳에는 밴댕이회를 초장에 찍어 먹는데,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으니 그 고소함이 배가 된다.

밴댕이회무침은 밴댕이와 채소를 갖은 양념에 벌겋게 무쳐내, 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절로 침이 고일 정도이다. 채소의 아삭한 식감이 연한 살의 밴댕이회를 보완하면서, 야채의 싱그러운 풍미 또한 풍성하게 느끼게 한다. 얇게 채를 썬 양배추와 깻잎, 미나리의 상큼한 향이 회무침을 더욱 맛깔스럽게 하기도 한다.

소주 한 잔에 밴댕이구이 한 점 맛본다. 밴댕이를 통째로 자글자글 구웠는데, 그 고소함을 어디 비할 데가 없다. 제철 조기구이와 전어구이에 비견되는 맛이다. 약간의 비린내와 기분 좋은 콤콤함 또한 흔쾌하기만 하다.

조림 또한 근사하다. 파, 무, 양파, 청양고추 등을 깔고 그 위에 밴댕이를 얹어 바글바글 조렸다. 국물은 들큰하면서도 짭조름하다. 밴댕이 살 또한 국물이 잘 배여 첫맛은 담백한데 씹을수록 구수해진다. 부드럽게 간이 잘 밴 무도 그저 그만이다. 국물에 밥 몇 술 비벼 밴댕이 젓갈과 함께 먹으니 이 또한 근사하다. 밴댕이젓갈 또한 밥도둑. 밥 한 숟갈 크게 떠 젓갈 한 토막 올려 먹으니, 잘 삭은 젓갈 냄새가 입안에서 구수하게 등천한다. 임금에게 진상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밴댕이, 그 매력에 흠뻑 빠지다

후포항을 떠나 김포시의 밴댕이 산지, 대명항을 찾았다. 봄철 서해안에서 어획되는 모든 해산물이 한 자리에 모여 파시를 이룬다. 밴댕이를 비롯해, 병어, 숭어, 광어, 농어, 삼치, 양태, 조기, 삼식이(삼세기), 서대, 꽃게, 낙지, 갯가재… 과연 서해의 봄은 모든 어족을 불러 모으고, 서해 사람들을 풍족하게 거둬 먹이고 있었다. 그 윗자리에 소갈머리 없어 보이는 ‘밴댕이’ 또한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건 물론이고.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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