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樂 아프리카

- 22일 영화의전당…회화 사진 공예 커피역사 체험 등

# 현대미술전

- 유럽중심주의 속 인종차별 등 비판…중의적 해학 빛나

# 4개의 기획전

- 8월 19일까지…15세기~현재 아프리카 조명

# 특별한 영화

- 거장 우스만 셈벤 ‘흑인소녀’ 등 6편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이 때를 맞춰 총회 기간 아프리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린다. 낯선 땅, 낯선 문화를 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자연과 사람 문화를 블렌딩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AfDB 연차총회 문화예술행사를 분야별로 자세히 소개한다. 행사는 크게 아프리카 문화페스티벌, 아프리카 유물전, 아프리카 특별전, 아프리카 영화제가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특별전-잉카 쇼니바레 MBE 전’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서정빈 기자

■ 아프리카 문화페스티벌

오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아프리카의 자연, 삶, 문화와 예술을 테마로 한 시민참여형 문화축제로, ‘와樂 아프리카’라는 부제가 붙었다. 아프리카의 자연과 삶을 회화, 사진, 공예작품으로 표현해 전시하는 ‘드로잉 아프리카’, 아프리카 여러 지역 커피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대표 커피도 맛보는 ‘테이스팅 아프리카’, 아프리카를 표현한 인형, 커피, 수공예품 등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쇼핑 아프리카’, 아프리카 패션을 체험하고 요리를 배우며, 악기·에코백도 만들어보는 ‘액팅 아프리카’ 행사가 마련된다. 보물찾기와 참여 미술 이벤트도 열리고, 행사장 한편에서는 푸드트럭이 운영된다. 커피에 관한 체험관이 특히 흥미로워 보인다. ‘태초의 커피나무’라는 주제로 목동 칼디, 시바여왕-솔로몬왕 이야기와 함께 커피 역사를 시대별로 짚는다. ‘커피로드 에피소드’에서는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르완다 콩고 케냐의 커피를 스토리텔링한다. 원두 채취와 판매, 공정무역 커피 등에 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관이다. 이날 11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AfDB 내빈, 관련 단체 등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 페스티벌 개막행사가 열린다. 국악과 아프리카 리듬을 함께 녹여낸 월드뮤직 밴드 ‘루츠리딤’의 개막공연과 아프리카 부룬디 팀의 공연, 뮤지컬 공연이 함께한다. 무료.

■ 시립미술관 ‘잉카 쇼니바레 MBE’

오는 22일 영화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문화페스티벌의 ‘댄싱아프리카’.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를 기념해 1층 로비에서 ‘아프리카 특별전-잉카 쇼니바레 MBE’ 전을 열고 있다. 잉카 쇼니바레(56)는 1962년 런던에서 태어난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이다. 그는 식민지 국가의 문화적 혼성과 역사의식에 기반한 작품으로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 ‘센세이션’ 전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2년 카셀 도큐멘타 참여, 2004년 터너상 최종 후보, 2010년 영국왕립미술학교 정식 회원 추대 등 세계 미술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자신이 성장하면서 겪은 유럽중심주의에서 인종차별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투영했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왜곡된 역사의식을 해학적이면서도 중의적인 어법으로 비판한다.

아프리카 팡족의 조형물(부산박물관 ‘2018 특별기획전-Africa’).

이번 전시에는 조각설치 2점, 드로잉 1점, 영상 1점 등 4점을 선보인다. 영상 작품 ‘Un Ballo En Masquera’(2004)는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영감을 받은 무언극이다. 1792년 3월 16일 가면무도회장에서 암살당한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비극적 최후를 모티브로 했다. 우리가 인식하는 역사의 서술 방식이 가진 이중성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드러낸다. 설치 작품 ‘Cake Kid II’(2014)는 케이크의 중량에 짓눌려 어렵게 중심을 잡고 있는 익살스러운 몸동작의 마네킹을 보여준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케이크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며 초콜릿 빛깔 화려한 옷을 입은 마네킹은 축적과 과잉이 근본적으로 누군가에게 억압과 폭력을 전제로 함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오는 7월 1일까지. 무료. (051)740-4245

■ 몰랐던 아프리카 역사와 문화

아프리카 대륙을 선명히 표시한 조선 시대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오는 18일~8월 19일 부산박물관 ‘2018년 특별기획전-Africa’).

부산 남구 부산박물관은 오는 18일부터 8월 19일까지 94일간 기획전시실에서 ‘2018년 특별기획전-Africa’를 개최한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며 54개 나라로 구성돼 있다. 부족 수는 수 천이며 공식적으로 인정된 언어만 해도 2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광활한 대륙이다. 이 전시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4개의 장(章)으로 구성했다.

Ⅰ장 ‘세계 속의 아프리카’에서는 15~19세기 세계지도에 담긴 아프리카를 소개한다. 조선에서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는 유럽에서 제작한 지도들과 달리 아프리카 모습을 온전하게 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아프리카 사람과의 조우가 이미 조선 시대에 이루어진 사실은 풍산 김씨 세전서화첩(世傳書畵帖)의 천조장사전별도(天朝將士餞別圖)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Ⅱ장 ‘우리가 모르는 아프리카’에서는 인류의 고향, 인류의 시작 아프리카를 소개한다. 한양대 발굴팀이 조사한 탄자니아 이시밀라 유적 출토 구석기와 한국 대표적 구석기 유적인 전곡리 유적 출토 구석기를 비교하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Ⅲ장 ‘아프리카의 일상’에서는 18~19세기 아프리카의 특징적인 유물을 소개한다. Ⅳ장 ‘안녕,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관계를 현대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를 도왔던 아프리카의 우방국을 살펴보고, 김중만 작가의 아프리카 사진도 만나볼 수 있다. 무료. (051)610-7144

■아프리카 영화의 재발견

세네갈의 거장 영화감독 우스만 셈벤의 ‘흑인 소녀’.

22~26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아프리카 영화 6편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아프리카 특별전’은 아프리카 영화의 속살을 만나는 문화교류의 장이다. 우선 각종 영화제를 휩쓴 아프리카 거장들의 영화가 눈에 띈다. 세네갈의 거장 우스만 셈벤의 ‘흑인 소녀’는 생계를 위해 고향과 가족을 떠나 프랑스로 이주한 세네갈 소녀의 비극적인 삶을 그렸다. 이 영화로 우스만 셈벤은 아프리카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인정받게 된다.

지브럴 좁 맘베티의 1973년작 ‘투키 부키’는 마틴 스콜세지의 세계영화재단이 복원을 지원해 2008년 칸 영화제에서 특별상영한 작품. 뉴 아프리칸 시네마를 주도한 전설적 작품을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다. 슐레이만 시세의 ‘일린’은 아프리카 영화로서는 처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받은 기념비적 영화이며, 이드리사 오에드라오고의 ‘법’은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이다.

아프리카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도 선보인다. ‘울부짖는 남자’(무함마드 살레 아룬)는 아프리카 내전의 실상과 가난한 민중의 현실을 복잡하지만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팀북투’(압데라만 시사코)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지배를 받는 말리인들이 강요된 새 종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그렸다.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뛰어난 영상미 역시 즐거움을 준다. ‘트랑스’(아흐메드 엘 마안누니)는 모로코 전통 음악이 현대적인 음향과 접목해 새롭게 창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051)780-6080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