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금만 참자. 세희가 엄마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위로가 되고 있어. 엄마 지금은 많이 울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사랑하는 세희야 잘 자라. 내일 또 만나자. 사랑해 보고 싶다.” (고 임세희 학생 어머니)

“아빠가 우리 큰딸 태어나서 생애 처음으로 하늘나라에 있는 초예에게 글을 쓰는구나. 사랑한다. 아빠가...” (고 김초예 학생 아버지)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쓴 110편의 편지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졌다. ‘그리운 너에게’라는 이 책은 이제는 볼 수 없는 아들, 딸들에게 부치는 부모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녹아 있다. 출판사 후마니타스의 소개 글에 따르면 ‘우리의 눈물과 슬픔, 용기와 희망을 꾹꾹 눌러 담아 손으로 편지를 씁니다’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편집자는 좌불안석이었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부모들의 이 글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윤상훈 편집자에게 물었다.

- 보통 책과는 표지가 다르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이름이 한 번이라도 불렸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기억하고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이 책을 알리는 건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이름이 한번이라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중심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표지와 본문 안에 이름을 드러나게 했다. 하지만 표지의 이름들은 멀리서는 보이지 않게 제작됐다. 대신 가까이 가면 손의 촉감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했다. 부모님들이 편지를 쓰면서 아이들이 남긴 유품이나 방의 물건을 어루만지며 편지를 쓰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 모든 유가족 부모님이 쓰신 건 아니다.
“모든 부모님이 쓰신 건 아니다. 그만큼 쓰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편지를 다 써서 보내고도 책에 넣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다시 가져가신 분들도 있다. 여러 번 주저하면서 편지를 써 내려갔고 마지막 인사말을 채 마치지도 못하기도 했다. 얼마나 어려웠는지 물어본다면 편지를 보는 게 답이라 생각한다.”

- 편집자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다시 생각하기도 힘든 참사다. 참사 이후 대응이 이해하기 어려워 온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 편지글에서 부모님들이 말하는 것도 세월호 참사 4주기가 지났지만, 작년에야 선체가 돌아오고 10일경이 온전히 세운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세월호 특조위 구성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안산 추모공원 사업도 지역주민의 갈등이나 온전하게 계획 일정이 나오지 않는다. 부모님들이 이 책을 기획한 것도 많은 사람이 해결됐다고 말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을 알리는 방편으로 제작됐다.”

-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편집하면서 느낀 거다. 책으로 낼 수 있을까. 직접 겪은 당사자는 아니라도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은 그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편지글을 읽으면서 슬픔은 있지만, 자식들은 세상을 떠난 볼 수 없는 존재만이 아닌 기억 속에 살아있고 보이지는 않아도 옆에 있는 느낌의 글들도 많다. 그런 글을 보며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거나 경험이 있다면 짐작하고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그런 상황이면 어땠을까. 자식들이 있는 분들은 아이들을 새롭게 본 경험도 있다고 독자들이 말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힘들다고 못 읽는 글들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나눌 수도 있고, 이렇게 힘든데 이분들은 애도를 왜 충분히 못하는지에 생각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첫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더라도 용기 내서 읽어주기를 바란다.”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