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로 23년. KBO리그 통산 홈런, 득점, 2루타, 1루타, 타점, 장타율 모두 최다 기록을 달성했고, 8년의 일본 프로리그 경험 후 한국에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다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사진)은 KBO리그 최초 은퇴 투어를 한 선수로 마지막까지 최고 영광을 누린 ‘레전드’로 남았다. 우리 시대 국민타자, 홈런왕 이승엽이 나.36.이승엽을 통해 두려움과 고난을 이겨온 그간의 시간을 정리했다. 제목의 등번호 ‘36’은 이제 삼성의 영구결번이 되어 이승엽 고유 번호로 남았다.

‘야구만큼 내 흥미를 끄는 것은 없었다. 그저 동그란 공이 좋았고, 그 조그만 공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이런 경우를 두고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12쪽) 쉽고 짧은 문장은 군더더기 없고 선이 굵은 그의 야구인생을 인상 깊게 회고한다. ‘나는 이승엽’에서 야구와의 인연을, ‘가족의 힘’에선 부모님과 아내, 자녀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을 담았다. 이정훈, 최익성, 이동수 선수 등 고마운 야구 선배들과 백인천 감독, 박흥식 코치, 김성근 감독 등 그를 있게 한 사람도 빼놓지 않았다. 9가지 주제의 인생 이야기로 국민타자 이승엽의 숨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KBO 홍보대사로, 후배와 꿈나무를 위해 이승엽 야구재단을 설립해 장학회 활동도 시작한 그는 차근차근 야구계의 발전을 위해 받은 사랑을 모두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책의 수익금도 재단을 통해 전액 기부된다. 보너스로 수록된 마지막 장에는 이승엽의 야구 수업이 들어갔다. 타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판단력, 경기력을 알려주고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경우의 수도 꼼꼼하게 펼쳐놓았다. 또 어떤 선물을 전할지, 그의 인생 2장이 막을 올린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