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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3> 동해 물텀벙 별미

잡혀도 버렸던 동해 못난이4총사, 팔방味魚로 환골탈태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8.02.22 19:04
- 이름도, 생김새도 볼품없어
- 어부들 발로 차고 다닌 생선
- 동해서 명태 자취 감춘 후
- 대체 식재료로 산지서 각광

- 콜라겐 많아 쫀득한 도치수육
- 해풍에 꾸덕하게 말린 장치찜
- 뼈가 굵어 시원한 육수 망치탕
- 물곰탕으로 불리는 곰치매운탕
- 이젠 없어서 못파는 귀한 4총사

겨울철 동해에 가야지만 먹을 수 있는 생선들이 있다. 동해에서만 서식하는 데다 겨울에 한해 소량 어획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유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산지 사람들이 겨울 별미로 즐기기에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된다. 예부터 동해안 사람들의 겨울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던 생선이라 그렇기도 하겠다.
곰치매운탕
동해 사람들이 ‘도치’ ‘망치’ ‘장치’ ‘곰치’라 부르는 생선이 바로 그들이다. 이름도 생선 이름 같지 않게 상스럽고 괴상망측하다. 생김새 또한 볼품없고 흉측하기까지 하다. ‘도치’는 올챙이 같은 몸매에 배가 터질 듯이 빵빵해 마치 공처럼 생겼다. ‘망치’는 작은 아귀처럼 생겨 아귀 사촌으로 통할 정도로 못생겼다. ‘장치’는 장어처럼 몸이 길다고 붙여졌는데, 몸피에 벌레 붙은 것 같은 무늬가 뒤덮여있다. ‘곰치’는 남해안의 ‘물메기’처럼 생긴 생선이다.

대부분 그물에 걸리면 바로 버리는 ‘물텀벙이’ 신세를 못 면하던 어족이다. 그래서 이들을 동해에서 어획되는 ‘치’자 돌림 어족이라 ‘못난이 4형제’, ‘못난이 생선 4총사’ 등으로 부른다.
이들의 학명 또한 그들의 생김새만큼이나 특이하다. 도치는 ‘뚝지’가 정식 이름이다. 망치는 ‘고무꺽정이’, 장치는 ‘벌레문치’, 곰치는 ‘미거지’다. 맛은커녕 도무지 낯설고 정이 가지 않는 이름이다. 한때 어부들이 발로 차고 다녔다는 생선들이다.

그런데 이 못난이 4총사가 어느 때부터인가 동해 겨울 식탁을 책임지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이들이 없으면 동해의 겨울 진미를 맛볼 수 없을 정도로 명물 생선의 위치에 선 것이다. 못생겨도 맛만은 좋기에 국으로, 찜으로, 매운탕으로, 조림으로, 동해 사람들의 입맛을 돋워주고 속을 풀어주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한다.

■도치(뚝지)

도치수육
‘동해의 못난이 4총사’ 중 ‘뚝지(도치)’는 몸 색깔이 갈색이고 등에 자잘한 점이 많다. 몸통이 올챙이처럼 통통하고 배에 빨판이 있어 바위 따위에 잘 붙는다. 수심 100m 이상 깊은 곳에 서식하며, 겨울철 연안으로 이동해 바위틈에 6만 개 정도 알을 낳는다. 동해안에서는 뚝지라는 이름보다 ‘심퉁이’ ‘멍텅구리’ ‘도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생긴 모습을 볼작시면, 삐죽 내민 입은 심술이 잔뜩 난 심술꾸러기 모습이라 ‘심퉁이’, 몸이 둔하면서 건드려도 무뚝뚝하고 좀체 반응이 없어 ‘뚝지’, ‘멍텅구리’라 부르는 것이다. 흔히 미련하고 둔한 사람을 ‘멍텅구리’라 하는데, 이 또한 ‘뚝지’를 비유해서 파생된 말이다.

뚝지는 산란기에 배속에 알이 꽉꽉 들어있어 알과 내장은 알탕으로, 나머지는 수육으로 해 먹는다. 큼직한 냄비에 내장과 알, 묵은 김치와 무 등속을 넣고 끓여 먹는 ‘도치알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낸다. 먹는 중간중간 입안에서 고소하게 톡톡 터지는 도치알을 씹는 재미 또한 꽤나 쏠쏠하다.

‘도치수육’은 껍질에는 콜라겐이 많아 쫀득하고, 물렁뼈는 꼬들꼬들하기에 씹는 맛이 참 좋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수육을 먹다가 갖은 채소를 넣고 무치면 ‘도치무침’이 된다. 동해 북부지역에서는 도치알을 사각형 모양으로 솥에 쪄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장치(벌레문치)

말린 장치
‘벌레문치’는 몸이 길어 ‘장치’라 부르는데, 최장 1m까지 자란다. 뱀장어와 비슷하나 약간 더 굵고 수심 300∼500m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심해성 어류다. 몸은 연한 갈색이고 몸에는 벌레 모양 무늬가 있다. 살집 깊은 놈을 얼큰 매콤하게 지져 내거나 탕으로 끓여도 먹지만, 주로 해풍에 꾸덕꾸덕 잘 말려 찜으로 해 먹으면 별미다. 장치는 바닷바람이 부는 해안가에서 자연 건조시키는데, 영상 3도~영하 3도의 그늘에서 사나흘 말려 활용한다.

장치찜은 꾸덕꾸덕 잘 말린 장치를 큼직하게 토막 내 매콤한 양념으로 쪄내는 음식으로, 쫄깃쫄깃한 살도 맛있지만 밥 위에 양념을 얹어 비벼 먹어도 좋다. 두툼한 살을 잘라 무, 감자와 함께 냄비에 담아내고, 그 위에 매콤한 양념장을 고루 얹고 보글보글 넉넉하게 졸여주면 된다. 동해지역 사람들은 말린 장치를 양념 없이 쪄서 먹기도 하는데, 매우 고소하다.

■망치(고무꺽정이)

망치탕
‘고무꺽정이(망치)’는 35cm 정도 크기의 어류로, 몸이 납작하고 평평하니 아귀와 비슷하게 생겼다. 큰 입에 비늘이 없고 등에는 오돌오돌한 돌기와 점액이 많으며 몸은 연한 회색을 띤다. 심해성 어류로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망치’ ‘망챙이’, 경북에서는 ‘풍수’라 불리는데, 아귀와 비슷하게 생겨 아귀사촌으로도 부르며 아귀보다 몸집이 작다. 전 해역에서 어획되는 아귀와 달리 ‘고무꺽정이’는 동해안에서만 잡힌다. 살이 탄탄해 칼칼하게 찌거나 조림을 하면 쫀득쫀득 담백한 것이 입안을 풍성하게 한다. 맑은 국, 매운탕, 찜 등으로도 활용하는데, 특히 뼈가 굵어 탕을 끓여놓으면 국물이 시원해 해장에도 좋다.

‘망치탕’은 ‘아구탕’과 비슷한데 진한 국물에 감칠맛이 풍부하다. 살은 부드러우면서도 살강살강 씹히는 식감이 그럭저럭하다. 껍질은 아귀처럼 쫀득쫀득하고 콜라겐이 씹힌다. 속초 사람들은 말려서 찜으로도 먹는데 잘 말린 망치를 쭉쭉 찢어 양념 없이 간장에 찍어 먹는다.

■곰치(미거지)

강원도 속초시 동명항의 해녀 좌판.
‘미거지(곰치)’는 겨울 남해안에서 쉬 볼 수 있는 ‘물메기’와 흡사하다. 보통 동해안에서는 ‘곰치’ ‘물곰’, 남해안에서는 ‘물메기’, 서해에는 ‘물잠뱅이’로 불린다. 미거지는 동해에서만 사는 대형 종으로 몸 색깔에 분홍빛이 돈다. 남해안 ‘물메기는’ 학명이 ‘꼼치’로 ‘미거지’보다는 작으며 부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동해에서는 이 미거지로 무와 함께 담박하게 끓여낸 ‘물곰탕(맑은 국과 매운탕)’과 김치를 넉넉하게 썰어 넣고 끓여낸 ‘곰치국’ 등으로 먹는다. 맑은 국으로 먹는 남해안에 비해 동해안 ‘물곰탕’은 주로 칼칼한 매운탕으로 먹으며 강릉 이남 지역은 김치를 넣고 끓인 ‘곰치국’을 즐겨 먹는다.

동해에 넘쳐나던 명태가 자취를 감춘 뒤 1980년대부터 명태의 대체 식재료로 각광받는 못난이 생선 4총사. 이들은 강릉을 기점으로 이북과 이남의 조리방법이 약간 차이가 있다. 국이나 탕은 강릉에서는 남은 김치를 넣어 생선국을 끓여 먹고, 이북은 생선 본연의 맛을 선호하여 맑은 생선국을 즐겨 먹는다. 이는 속초를 중심으로 함흥, 원산 출신 이북 실향민들의 입맛에서 기인한다. 바다의 거친 맛과 담백함을 기억하기에, 타향에서도 본연의 맛을 간직하고자 하는 망향의 그리움에서 기인했으리라. 이제 동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동해의 귀한 수산자원 못난이 4총사. 명태의 부재를 타고 동해안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았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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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