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이상 중견 연극인 30명
- 똑같이 투자하고 권리 가지며
- 기획·제작·공연까지 적극 참여
- 지속 가능한 공연 생태계 목표

- 조합원 권남희·원종철 ‘원맨쇼’
- 서울 이어 부산서 26~28일 공연
- 치매 엄마·효자 아들 사랑 그려

“오늘날 연극 시스템에서 배우가 원하는 작품과 연기를 하기란 매우 힘들어요. 보통 연출자와 극단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를 수밖에 없죠. 여배우는 나이 40이 넘어가면 섭외조차 줄어요. 역할도 제한적이고요. 배우와 스태프가 지금보다 더 주체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연출자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 함께 공동으로 기획 단계부터 의견을 모으고 공연에 대한 권리를 갖자고 생각했어요. 연극인 모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건강한 시스템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속 가능한 공연을 위한 공연예술인 협동조합(지공연)’이 오는 26~28일 부산 하늘바람소극장(남구 대연동)에서 공연하는 ‘원맨쇼’의 한 장면. 지공연 제공

지난달 3일 출범한 ‘지속 가능한 공연을 위한 공연예술인 협동조합(이하 지공연)’의 공동이사장인 부산 출신의 배우 권남희 씨의 이야기다. 지공연은 서울의 소극장 연극문화 중심인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인 30명이 기존 연극 제작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출범한 조합이다. 대부분 10~30년가량 대학로에서 작업하며 대안을 고민해 보았던 40대 이상 연극인이다.

의기투합해 조합을 만든 후 처음 선보인 연극 ‘원맨쇼’는 지난달 1일부터 서울 대학로 공유소극장에서 호평받으며 출항했다. 그리고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부산 하늘바람소극장(남구 대연동)에서 공연한다. 권남희와 원종철 배우가 2인극으로 선보인다.지공연은 “새로운 시대에 알맞은 작업 형태를 절실히 바라왔다. 조합원이 가입비를 내고, 수익 구조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재분배하는 건강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려는 작은 운동의 하나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각자 수십만 원의 돈을 같은 몫으로 부담해 공연을 만들고, 조합원 모두가 공연권을 갖고 지역을 오가며 자유롭게 무대도 만든다. 권남희 공동이사장은 “이 작고 아름다운 시작이 궁극에는 연극마을을 조성하는 데 이르길 바란다.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연극인들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고민하고 대안을 시도한 사례는 이따금 있었다. ‘원맨쇼’의 부산공연 기획을 담당한 안성혜 씨도 40대 여배우가 설 무대가 좁아지는 환경을 바꿔보고자 지난 2015년 배우 세 명이 주축이 돼 무대를 작업을 했다. 안 씨는 “즐겁게 작업했지만 극작가와 희곡 확보 등 안정화되지 못한 시스템으로 활발히 이어오진 못했다. 연극인으로서 지공연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 부산에서도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시도해 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연극 ‘원맨쇼’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아들이 주치의, 아버지, 아들의 어린 시절, 마징가 등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며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려 하는 효자 아들의 모습을 그린다. 연극적 놀이를 통해 보여주는 모자의 끈끈한 사랑이 크나큰 반전을 맞으며 충격을 던진다. ‘엄마 일어나세요’ ‘님과 함께’ 등 경쾌하고 즐거운 음악으로 한편의 쇼와 같은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26일 오후 3시·7시30분, 27일 오후 4시·7시, 28일 오후 4시. 3만 원. 010-9701-0712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