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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71> 가덕 대구

‘겨울 진미’ 대구, 머리부터 내장까지 버릴 것 하나 없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7.11.21 18:56
- 11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 북태평양서 회유한 진해만 대구
- 아미노산 많아 담백, 비린내 없어

- 철에만 맛 볼 수 있는 활어회
- 고소한 뱃살·간·정소도 별미
- 뼛속까지 시원한 뽀얀 대구탕

- 칼칼한 뽈찜·해장용 뽈국
- 두터운 대가리 살 먹는 재미도
- 일주일 꾸덕꾸덕 말린 대구포
- 알젓·아가미젓갈·창란젓까지

예부터 고급어종으로 귀하게 대접받던 대구는, 한때 최고의 몸값을 받는 생선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30여 년 전 금액으로 큰놈 한 마리에 20만~30만 원을 호가했고, 잘 끓인 대구탕 한 그릇에 1만 원을 훌쩍 뛰어넘던 ‘갑(甲)의 생선’이었다.
가덕 대구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다양하기도 하다. ①대구탕 ②대구회 ③대구포 ④대구뽈찜.
특히 바람 차고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겨울, 뜨끈한 대구탕 한 그릇이면 세상 음식 하나 안 부러웠던 시절이기도 했다. 집안 어른의 전날 과음에도 ‘대구탕’처럼 시원하게 주독을 잘 풀어주는 해장국이 따로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구. 입이 크다 해서 ‘대구(大口)’ 또는 ‘대구어(大口漁), 대두어(大頭魚)‘라 불리는 생선. 주로 우리나라 동해와 북태평양 오호츠크 해 등지에 분포하며, 수심 45~450m되는 깊은 바다에 무리지어 산다. 최대 1m까지 자라며 수명은 1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겨울 생선이다. 한자어로 ‘대구 설(鱈)’자는 ‘고기 어(魚)’변에 ‘눈 설(雪)’자가 조합된 것으로, 눈 오는 겨울철이 대구의 제철이자 가장 맛있는 시기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가덕 대구를 꾸덕꾸덕 말려 겨울 별미양식을 만드는 중이다.
대구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영양 가치로도 훌륭하지만, 지방이 적고 비린 맛이 없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어종이다. 특히 열량이 낮아 여성들의 다이어트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여 노인들 겨울철 영양보양 식으로도 그저 그만이다. ‘대구 3마리면 집안 어른 감기 걱정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11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북태평양에서 회유한 진해만 대구를 ‘가덕 대구’라 하여 최고의 별미로 쳤다. 예부터 가덕도 앞바다는 ‘가덕 대구’의 산란지로 유명했다. 산란기인 이 시기에 가덕도 앞바다에서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는 대구는, 살이 꽉꽉 차 영양가도 높고 맛 또한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겨울철 ‘가덕 대구’는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하여 겨울 가덕도는 겨울철만 되면 온 섬이 잔칫집이었다. 가덕도와 진해만을 끼고 있는 ‘가덕 수로’는 예부터도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지만, 겨울마다 떼를 지어 돌아오는 ‘가덕 대구’들 때문이다. 오래 전 명맥이 끊겼던 ‘가덕 대구’가 치어방류사업의 성공으로, 매년 겨울 가덕도 앞바다에 몰려드는 것이다.

한창 때인 12월이면 가덕도 횟집 어느 수족관에서도, 펄떡이는 가덕 대구를 쉽게 볼 수가 있다. 대부분이 ‘누릉이’라 불리는, 70~80㎝에 7~8㎏씩 되는 큰 몸집들이다. 때문에 집집마다 짭조름한 겨울 해풍에 대구 몇 마리씩은 꾸덕꾸덕 잘 마르고 있고, 다양한 대구 요리가 언제나 풍성한 밥상을 차려내곤 하는 것이다.

대구 철에는 활어 상태의 ‘대구회’와 ‘대구 맑은 탕’ ‘대구젓갈’ 등을 맛볼 수가 있다. 대구는 어떤 요리든 맛이 깔끔하고 품격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뼛속까지 시원한 맛을 내는 ‘대구 맑은 탕’이 최고로 미각을 자극한다.

찬바람이 불면 가덕도·진해만을 낀 가덕수로에는 맛이 꽉 찬 대구가 떼를 지어 돌아온다.
대구는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어 맑은 탕을 주로 먹는데, 잘 끓여놓으면 마치 곰국처럼 국물이 뽀얗다. 하얀 정소(곤이)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고, 무와 대파를 숭덩숭덩 크게 썰어 궁극의 시원한 맛을 낸다. 한 숟가락 떠먹으면 국물이 입안으로 짜르르~ 뜨겁게 감기는데, 깔끔하고 후련한 맛이 거의 중독성을 띨 정도다. 곤이와 함께 먹으면 구수하면서도 입 안이 환하게 도는 감칠맛 또한 제대로다. 그러면서도 맛은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

활어상태에서는 대구생선회도 별미 중에 별미로 꼽힌다. 대구회는 담담하면서 씹을수록 감칠맛과 함께 단맛이 돈다. 갓 잡은 활어로 회를 뜨기에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쫀득하다. 많은 이들이 대구회를 맛보며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적은 지방과 부드러운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 회로 내는 부위를 대구 뱃살과 간, 정소를 함께 다양화 시켰다. 살의 담담한 맛을 간과 정소의 고소한 맛이 받쳐주며 상호 보완해 내는 것이다.

대구 요리 중에는 얼큰한 ‘대구매운탕’도 빠질 수 없다. 몸에 한기가 오고 찌뿌드드할 때, 큰 사발의 ‘대구매운탕’을 한 그릇 훌훌 들이마시면,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나면서, 개운하게 몸이 풀리는 것이다.

탕도 좋지만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린 ‘대구포’도 일품이다. 잘 드는 칼로 대구포를 결대로 저미듯 썰어 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으면, 쫀득쫀득 차지고 담박한 풍미에 길고 긴 겨울밤 최고의 술안주가 된다. 오래전 양반가의 겨울 술상에 없어서는 안 될 안줏감이기도 했다. 처마 끝에 두세 마리의 대구를 걸어놓고 동지 한날 북풍서리 내릴 때 향기로운 술 한 잔에 쓱쓱 베어 먹으면 긴긴 겨울밤도 금방이었단다.

특히 임금께 진상하던 대구도 잘 말린 대구를 이용하였다. 바닷가에서 이틀 사흘 말린 후 다시 집에서 사나흘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일주일동안 꾸덕꾸덕 말려야, 비로소 임금께 진상을 하게 된다. 진상할 때는 필히 기름종이(油紙)에 싸서 운반을 한다. 일반 한지로 싸면 보름여 운송 기간 동안 마르고 굳어서 대구의 질이 떨어지기에 그렇다.

또한 대구는 대가리를 이용한 ‘대구뽈찜’과 ‘대구뽈국’도 유명한데, 대가리 부분에 붙어있는 살이 제법 두터워 발라먹는 맛이 쏠쏠하다. 뽈국 국물은 아주 담백하고 깔끔해 해장으로도 일품이다. 알과 아가미, 창자로는 대구알젓, 창란젓, 아가미젓갈 등을 담근다.

특히 동래 지역에서는 대구를 건조하거나 염장을 하여 다양한 조리법으로 사시사철 먹었다. 대구가 많이 잡히던 시절 동래반가에서는 잘 말린 대구로 대구포간국, 대구포찌개, 대구포구이, 곤이시래깃국, 대구살젓 등을 만들어 사계절 깊고 그윽한 대구의 맛을 즐겼다.

쌀뒤주에 넣고 말린 건대구를 쌀뜨물에 불려, 무 등을 숭덩숭덩 베어 함께 끓여내고 소금 등으로 간을 맞춘 대구간국, 무청시래기나 나물 등을 된장에 버무린 뒤 대구 정소를 풀어 끓여낸 ‘곤이시래깃국’, 생대구의 살을 소금에 염장했다가 마늘, 참기름, 깨소금 등속에 버무린 대구살젓 등으로 두고두고 상에 올려 먹던 음식이기도 했다.

이처럼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아 가족 영양식으로 안성맞춤이었던 가덕 대구. 예부터 이런저런 여러 가지 다양한 맛들이 사람 기분을 ‘들쑥날쑥, 들었다 놨다’ 하며 흡족하게 한 것이다. 이러하니 오래전 대구가 귀했던 시절, 어쩌다 생대구가 잡히면 곧바로 고급 일식집으로 귀하게 모셔졌던 시절도 있었던 터이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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