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리츠 교사 교육실험
- 범죄 찌든 학생들과 식물 키워
- 출석·졸업률 오르고 사건 급감
- 흙·씨앗 통해 함께 사는 법 배워

식물의 힘은 ‘녹색’이 이룬 기적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녹색 식물’을 가꾼 ‘사람들’이 이뤄낸 기적이다.

교사이며 ‘식물의 힘’ 저자인 스티븐 리츠가 ‘그린 브롱크스 머신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식물과 함께 학교에서 포즈를 취했다. 여문책 제공

이 책은 미국 뉴욕의 빈민가 브롱크스 지역의 교사 스티븐 리츠가 그곳 학생들과 식물을 가꾼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결과가 놀랍다. 매일 학교에서 무장경비원의 검사를 받고 학교로 들어가야 할 정도로 범죄와 마약에 찌든 아이들은 식물을 가꾸며 출석률과 졸업률 100%(이전 출석률 40%, 졸업률 17%), 주 연합고사 합격률 상승, 처벌 사건 절반으로 감소 등의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저자는 변화의 원동력으로 ‘교육’과 ‘녹색’의 힘을 꼽는다. 먼저 ‘교육’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미국의 빈곤 지역에서 태어나 프로 농구 선수를 꿈꾼 저자는 다리 부상으로 희망을 접고 1984년 임시 교사 일을 시작한다. 농구와 파티, 신상 운동화에만 관심이 쏠렸던 저자는 마약에 찌든 아이들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고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백인의 전유물이던 체육대회에 유색 인종 아이가 출전할 기회를 주며 서서히 교사로 거듭난다. “내가 교직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지만, 가장 다루기 힘든 학생들을 떠맡을 열정과 소질이 나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이런 태도가 비뚤어진 아이들을 변화시켰고, 교사와 학생 사이 신뢰가 쌓이며 결국 아이들을 바꾸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그렇다면 ‘녹색’의 힘은 무엇일까. 저자가 식물을 키우게 된 것은 우연한 사건 덕분이었다. 2004년 학생들 사이 싸움이 터지기 직전 누군가 라디에이터에서 무언가 홱 잡아 뜯자 꽃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 순간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고, 싸움은커녕 꽃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저자는 이 ‘우주적 경험’을 계기로 아이들과 도시공원 조성 사업에 참여했고, 동네의 쓰레기를 치우고 화단을 조성했다.

녹색 공간이 생기자 주민들의 태도도 달라졌으며, TV 뉴스 등에 소개돼 명성을 얻게 됐다. 이후 저자는 화단 대신 텃밭을 만들어 아이들과 직접 채소를 키워 나눠 먹고, 남은 것은 기부했다. 일명 ‘그린 브롱크스 머신’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이 학교로 몰려들고, 실내 교실 텃밭은 5000곳이나 생겼다. 또 ‘피리 콩 부는 사나이’란 별명이 붙은 저자는 교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국제교사상’ 최종 10인에 선정되는 등 교육 관련 상을 휩쓸었다.

저자는 아이들과 식물을 가꾸며 흙과 씨앗, 수확의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이웃과 나누는 삶, 아름다운 시민이 되는 법을 익혔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흙에서 시작된다. 우리 지역사회는 우리의 토양이다. 한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기 위해서는 건강한 성장매체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어린 몸과 마음을 키우기 위한 최고의 토양은 든든한 지원이 있는 번영된 지역사회다.”

이 책이 보여준 녹색의 기적은 회색 콘크리트에 갇혀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국내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 같다. 책에 실린 식물을 다루는 태도와 ‘그린 브롱크스 머신 선언’은 한국판 녹색 교실을 만드는 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