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도새 주머니늑대 몽크물범…
- 16세기말부터 오늘날까지
- 세계 곳곳 희귀동물 18종의
- 멸종사와 마지막 모습 담아

1600년대 아프리카 동남부 작은 섬 모리셔스. 지금은 볼 수 없는 각종 희귀한 동물이 숲속을 거닐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카바리아 나무 주변에는 날지 못해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작은 새들이 있었다. 포르투갈인들은 그 새를 재미있어하며 ‘도도(DOdo)’라고 이름 붙였다. 포르투갈어로 도도란 ‘멍청하다’는 뜻이다.

왼쪽부터 도도새,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 인도 치타, 후이아.　추수밭 제공

귀엽고 토실토실하며 온순한 도도새는 평화로운 섬에서 천적이 없어 날개가 퇴화했고, 빨리 달릴 필요도 없었다. 모리셔스 해안에 상륙한 포르투갈 선원들은 몽둥이 하나만 있으면 쉽게 도도새를 잡아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다. 뒤이어 네덜란드인, 프랑스인, 영국인들이 개, 고양이, 원숭이, 쥐 등 동물을 데리고 모리셔스로 몰려왔다. 도도새의 서식처는 더욱 좁아졌다. 근근이 명맥을 잇던 도도새는 1681년 아침 커다란 카바리아 나무 아래에서 총성과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

주머니늑대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세상과 단절된 태즈메이니아의 섬에서 평화롭고 한가롭게 살았다. 1770년 영국인이 이 땅에 도착한 뒤 태즈메이니아에는 평화가 사라졌다. 아서 총독은 원주민을 산 채로 붙잡아 오면 성인은 5파운드, 아이는 2파운드씩 포상금을 줬다. 6000명에서 1만 명에 달하던 원주민은 아서 총독의 학살령 이후 20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영국인들은 그들마저도 다른 섬으로 내쫓아버렸다.

주머니늑대도 원주민의 운명과 비슷하게 멸종됐다. ‘양을 죽이는 악마’로 낙인 찍은 뒤 주머니늑대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줬다. 주머니늑대가 멸종되자 초식동물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해 목축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주머니늑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다른 생물종의 동행 없이 인류는 얼마나 멀리 나갈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동물 멸종의 비극은 식민지 건설을 위한 열강의 대장정과 함께 시작됐다. 영국인은 뉴펀들랜드에 침투해 늑대를 멸종시켰고, 콜럼버스를 필두로 한 원정대는 바하마 제도에서 기름을 얻기 위해 카리브 몽크물범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또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노예로 부리고 학살했다.

내 이름은 도도는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중국, 일본, 볼리비아, 멕시코, 미국, 캐나다, 알래스카 등 세계 곳곳 동물의 멸종사를 펼쳐낸다. 16세기 말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18종의 동물이 어떤 시기에 어느 장소에서 생을 마감했는지 그 마지막 모습을 그렸다. 또 인간에게 사랑받는 동물인 나비, 말, 호랑이, 코끼리, 사불상 등 5종이 인간의 잘못된 사육 방식으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실감 나게 묘사한다.

책에 수록된 그림은 애절함을 더한다. 23종 동물의 모습을 부드러운 붓 터치로 그렸다. 박제된 모형이나 사진보다 더욱 애처롭고 실감 난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