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민주화운동 담은 작품
- 다큐 등 자료 찾아가며 공부
- 해외서 외국인역할 많이 맡아
- 연기로 타국의 문화·역사 이해
- 세계 누비고픈 삶 목표 이뤄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스크린으로 불러낸 영화 ‘택시운전사’(8월 2일 개봉)에 특별한 배우가 한 명 출연한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계엄 아래의 광주로 향하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은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그 주인공이다. 독일 출신인 그는 ‘피아니스트’ ‘작전명 발키리’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에 조연으로 출연해 우리에게 낯익은 배우다. 그가 ‘택시운전사’에서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데려가는 택시운전사 김만섭 역의 송강호와 호흡을 맞추며 한국의 아픈 현대사를 스크린으로 불러낸 것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토마스 크레취만은 1980년 5월 광주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계엄 아래의 광주로 향하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만난 토마스 크레취만은 “솔직히 광주의 역사에 대해 전혀 몰랐다. 제가 ‘택시운전사’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제 주변 사람들도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래서 스스로 무지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잘 알지도 못했던 한국의 현대사를 그린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토마스 크레취만은 “저는 이 영화를 저 스스로 보고 싶은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지 직관적으로 판단해 선택한다. 그런데 ‘택시운전사’는 대본을 읽고 좋았다. 이후 장훈 감독이 LA로 찾아와 만났다. 한 명의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먼 길을 와서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부분에 감동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잘 모르는 5월 광주를 공부하기 위해 장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글 자료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최대한 많이 보려고 했다. 또한 실존 인물인 위르겐 힌츠페터를 만나려고 했으나 영화를 준비하던 중인 지난해 1월 25일 세상을 떠나 직접 만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택시운전사’에서 그는 기자로서 정의감 넘치는 모습을 열정적으로 연기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낯선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에서 촬영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해외에서 저는 외국인 역할 전문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삶의 목표가 전 세계에 방문해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인데, 배우는 최적의 직업인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촬영할 때 언어의 장벽을 좀 느꼈다. 한국어는 문장의 시작과 끝에 대한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통역하는데 시간이 걸려 저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는 것 같아 스태프들에게 미안했다”며 자신을 배려해준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그가 ‘택시운전사’에서 마음에 와닿는 연기를 한 이유가 또 있다. 1962년생 동독 출신인 그는 1983년 동독을 탈출했던 경험이 있다. “동독에서 국경 4개를 넘어 서독으로 왔다. 당시 탈출 경험은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세계관을 형성하고, 배우 경력을 쌓는데 도움 됐다. 또한 광주 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됐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가 한국인들에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공감하고, 이런 작품이 완성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아라고 생각한다”라는 토마스 크레취만. 연기를 통해 타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감동까지 전하는 그의 인생을 응원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