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계위해 30곳 넘는 직장 전전"
- 4월 토크 콘서트서 솔직 고백
- 팬이 제주도 라이브 실황 녹음
- 앨범 제작·발매, 기념공연 준비

- 김 씨 "신비로운 선물…힘난다"
- 8일 경성대 '올모스트 페이머스'

여기 민낯을 드러낸 록커가 있다. 스스로 '구직의 거장, 실직의 유망주'라 부르는 부산 인디 뮤지션 김일두(38)다. 그리고 이 뮤지션의 생계를 돕겠다고 모인 팬들이 있다. 이들은 김일두의 음반 녹음과 디자인, 발매, 기념 공연까지 준비했다. 오는 8일 오후 8시 경성대 앞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김일두 제주 2013.4.6 부틀렉 발매기념 공연'을 앞둔 김일두를 만났다.

오는 8일 팬들이 만든 '제주 2013.4.6 부틀렉 발매 기념 공연'을 갖는 뮤지션 김일두. 사진작가 임소 제공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김일두는 17년째 30곳이 넘는 직장을 전전하며 음악을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인터레이 업체 리모델링 일을 하다 그만뒀다. 음악을 위한 생계 수단으로서의 일,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일을 하며 2011년부터 꾸준히 음반 '곱고 맑은 영혼' '달과 별의 영혼' 'Life is easy'를 내놓았다.

그의 노래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맑다. 가사는 시, 멜로디는 포크, 그 속을 파고드는 중후한 목소리와 억양은 날 것 그대로의 록이다. 가끔 거친 욕설이 담겼지만 정갈하게 다듬어진 가사는 무심한 듯 화내듯 슬픈 듯 내뱉어진다. 그 솔직함은 낯설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김일두만의 노래가 된다. "그 길마다 / 장난을 일삼는/ 닳고 닳은 청춘들 / 이골나게 아름다운/ 이 별에서 떠나려면/ 이 뜨거운 붉은 자켓을/ 벗어야 했어 ('극동의 3리터' 중)"

'구직하는 뮤지션' 김일두가 공연을 앞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 중이다.

세상에 비겁하지 않은 록커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지난 4월 자신을 '구지션(구직하는 뮤지션)'이라 솔직하게 고백하는 토크 콘서트를 서울에서 열었다. 이 자리가 인연이 되어 모인 팬들은 그에게 직접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팬이 2013년 제주에서 녹음한 음원을 다른 팬이 다듬고, 또 다른 팬이 앨범 디자인을 맡아 제작비를 줄였다. 프레싱 비용을 제외한 판매금 전액이 김일두에게 전해지도록 했다. 그렇게 '김일두 제주 2013.4.6' 앨범이 만들어졌다.

술자리에서 이 소식을 들은 그는 "소주 8잔을 마시려고 했다면 딱 2잔만 더 마시고 싶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축배로 여러 잔을 들고 싶었지만 딱 2잔만 마신 의미는 팬들이 만들어준 만큼 정신 차리고 바른길을 가야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어디 있는지 몰랐던 팬들이 산신령처럼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제 최초의 라이브 앨범이자 다른 뮤지션은 겪기 힘든 선물이어서 신비롭다"며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이 부틀렉(공연 실황을 비공식적으로 녹음한 매체·비공식적으로 만들어진 음반)에는 2013년 4월 6일 제주의 'B동301'호라는 카페에서 열린 김일두 단독 공연이 담겼다. 현장을 녹음한 팬은 "지금까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각지를 따라다니며 김일두 공연을 스무 번 이상 봤는데 그중에서 그날 제주 공연이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 날은 김일두에게도 특별한 날이었다. "음악만 하고 살겠다고 일을 그만둔 뒤 가진 첫 공연이었어요.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씩씩한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왔죠. 마치 노래의 빈틈을 축축한 습기와 관객이 채우는 듯한 굉장한 공연이었습니다."

팬들 덕분에 열리는 공연인만큼 김일두는 이번 공연에서 참여한 모든 사람이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가 힘을 얻은 것처럼 게스트로 참여하는 이수호 씨도 힘을 얻고 그런 힘이 선순환되는 공연이었으면 합니다." 입장료 1만5000원. 문의 010-4556-6791

김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