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테러행위로 볼 증거 없어”
- 일주일 전 노르웨이서도 총격

고도의 복지가 근간이 된 ‘안전 국가’ 북유럽에서 최근 일주일 사이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준다.

3일(현지시간) 총격이 발생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필즈 쇼핑몰 앞에서 큰 충격에 빠진 시민이 포옹하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3일(현지시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한 쇼핑몰 안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총기 난사가 벌어진 곳은 코펜하겐 도심과 공항 사이 아마게르 지역의 대형 쇼핑몰인 필즈몰로, 사건 당시 일요일을 맞아 많은 인파가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경찰은 용의자를 현장에서 붙잡아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소렌 토마센 코펜하겐경찰청장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22세 덴마크 남성을 체포했다. 체포 당시 이 남성은 소총과 탄약을 소지하고 있었다”며 “이 백인 남성이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공범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토마센 청장은 “희생자들이 무작위적으로 범행 대상이 됐고, 성별 등의 이유는 아니다.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전날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무기를 든 젊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듯한 몸짓을 하면서 ‘정신의학과 약물 치료가 효과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이 영상 속 이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덴마크 방송사 TV2가 공개한 사건 당시 사진을 보면 용의자는 무릎 길이의 반바지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오른손에 총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있었다. 현지 매체에 목격자는 “처음 총소리가 들렸을 때 100명이 넘는 사람이 출구 쪽으로 급히 향했다. 사람들은 울면서 상점에 숨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덴마크는 큰 충격에 빠졌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덴마크가 잔혹한 공격을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소피 안데르센 코펜하겐 시장도 트위터에 “필즈몰 총격에 관한 끔찍한 보도가 나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쳤는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매우 심각하다”고 올렸다.

인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는 성소수자 축제인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앞둔 지난달 25일 대규모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새벽 오슬로 도심의 유명 나이트클럽이자 게이바인 ‘런던 펍’ 밖 등 인근 3곳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50대 남성 한 명과 60대 남성 한 명 등 2명이 숨지고 최소 21명이 다쳤다. 오슬로 경찰은 사건 직후 42세 이란 쿠르드족 출신의 노르웨이 국적 남성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노르웨이 정보기관인 경찰치안국(PST)은 “용의자가 한 이슬람 극단주의자 네트워크의 일원”이라며 “이번 공격은 극단적 이슬람 테러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범행 시점이 성소수자 축제인 점을 고려할 때 ‘증오 범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사회가 의도된 표적이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성소수자 사회가 피해자라는 것은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1년 7월 22일 한 극우주의자가 오슬로 도심과 인근 우토야섬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이 목숨을 잃은 적 있는 노르웨이에서 다시 대규모 총격 사건이 벌어져 파장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