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의 외교' 선언…국제질서 격동
- 경제·안보 등 미중 대립 예상
- 한국엔 미군주둔 비용 압박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정오 취임선서와 함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미국의 힘'을 만방에 보여주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향후 여정은 미국 내는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질 '미국 우선주의'식 대내외 정책이 몰고 올 파장과 저항이 만만치 않다.

■서민 일자리·제조업 부활 주력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내의 가장 큰 숙제는 경제살리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미 경제는 연평균 2%대 중반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말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민의 90%는 경제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한층 심화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민 일자리 창출과 이를 위한 미국 내 제조업 부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앞서 그는 취임 전에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압박해 줄줄이 무릎 꿇게 했다. 공장 이전을 무산시켜 미국 일자리가 노동력이 싼 멕시코 등으로 빠져나는 것에 제동을 걸었고,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약속을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민 일자리 창출을 위해 1조 달러(약 1176조 원) 규모의 인프라 시설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첫 삽을 뜨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는 시점이어서 민간은 공공부문 투자를 주저하고 있고, 의회는 정부가 막대한 재정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전후 70년 국제질서 재편 불가피

국제질서는 격동을 겪을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는 사실상 '힘의 외교'를 천명했다. 국제사회에서 '슈퍼파워'로서 일방통행하던 '오바마 이전의 미국'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당장 중국과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당선 후에는 대만의 차이 잉 원 총통과 통화하고, 중국 외교의 핵심인 '하나의 중국' 원칙도 인정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기존 질서를 흔들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물러설 움직임이 없어 미·중이 통상 마찰을 넘어 외교·군사적 갈등으로까지 치달을 전망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한국 일본 등 동맹에 대한 태도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 이미 대선 기간 한국에 대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 100%를 부담하라는 식의 압박을 가했고, 나토 회원국에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 정부는 일단 이슬람국가(IS) 퇴치를 1순위에 두고 있다. 북한 문제도 우선 의제로 급부상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계획을 밝힌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