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육 힘들고 공개 두려워 범행”

- 살인보다 약한 영아살해죄 적용

- “공개입양 등 복지 늘어난 지금

- 범행동기 보다 세밀히 살피고

- 감형 요소 신중히 적용할 필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비해 사회 안전망이 마련됐음에도 살인죄 대신 감경 사유가 많은 영아살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25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영아살해 혐의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중 또는 분만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 적용된다.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보는 경우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형량이 징역 10년 이하이며 이마저도 10년에 가까운 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드물다. 실제로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경기도 수원시의 거주지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된 A 씨 역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유로 경찰이 영아살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정 위탁이나 공개 입양 등 여러 복지 제도가 있는 만큼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살해했다는 것을 감경 요소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다른 사례 역시 반인륜적인 범죄 결과에 비해 동기가 참작할 만한 사유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신문이 대법원 판결문 열람 사이트에서 ‘영아살해’로 검색한 결과 2017년부터 25일까지 부산의 법원에서 영아살해 혐의로 형이 확정된 사례는 모두 5건이다. 이 중 3건은 징역 2년 이하, 2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들 피고인은 대부분 누군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고 양육이 어렵다는 이유로 출산 직후 영아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2016년 출산한 아이 2명을 부산 남구 거주지에서 살해한 후 냉동고에 보관하다 적발된 B 씨는 영아학대살해로 기소돼 2018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B 씨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중 불특정 다수의 남성과 만나면서 임신을 했으나, 연인에게 알려질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세탁기에 가두는 등의 방법으로 영아를 살해했다. 남구에 살던 또 다른 여성 C 씨는 남자친구와 교제 중 임신사실을 알았음에도 아무에게 알리지 않은 채 출산했다. 이후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을 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신생아를 살해했지만 2017년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D 씨도 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성관계 후 출산했으나 알려질 것이 두려워 거주지에서 신생아를 2층 높이에서 떨어뜨려 사망하게 했지만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이었다는 등의 이유로 2020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김성희 경찰대학 교수 등이 ‘한국 영아살해 고찰’ 연구에서 2013년∼2020년 영아살해죄로 선고된 1심 판결문 46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 46명 모두 친모였으며 영아살해의 동기(중복 집계)는 ‘혼전 임신이 알려질 게 두려웠다’가 40건(87%)으로 가장 많았다.

영아살해죄는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당시 만들어져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사회 안전망이 어느 정도 마련된 만큼 사례마다 범행 동기를 세밀하게 살펴 살인 혐의 보다 가볍게 처벌하는 영아살해 혐의를 신중하게 적용하거나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법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의 생명 존중에 대한 지금의 사고방식과는 맞지 않다”며 “현재는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있고 출산 이후에도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법 적용이나 형량 범위를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