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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대역 ‘35년 터줏대감’ 한양프라자 역사 속으로…

1988년 문 연 대형 가구 백화점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2023.01.30 19:51
- 온라인시장 확대 여파 등에 쇠락
- 지난달 입점 가구업체 모두 퇴실
- 주상복합시설 재건축 가능성 커

35년 동안 자리를 굳건히 지킨 ‘부산교대역 터줏대감’ 한양프라자가 올해 상반기 운영을 종료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폐점이 예고된 30일 부산 가구 백화점 한양프라자 전경.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30일 오후 부산 연제구 한양프라자 정문은 셔터를 내린 채 굳게 잠겨 있었다. 건물 안을 들여다보니, 불 꺼진 1층 로비는 텅 비어 있었고 후문 옆 경비실만 유일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미 입점 가구 업체는 지난 7일 모두 짐을 싸서 나간 상태였다. 현재 한양프라자에서 운영 중인 예식장·뷔페와 카페 등 부대시설도 올해 상반기까지만 운영하고 철수할 예정이다.

‘한양프라자의 산증인’ 신옥철(74) 경비소장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 소장은 1987년 한양프라자를 지을 때부터 경비관리 업무를 맡아, 36년 동안 묵묵히 한양프라자를 지켜왔다. 31일은 신 소장의 마지막 근무일이자 경비실이 문을 닫는 날이다.

신 소장은 “부산에 백화점들이 막 문을 열었을 때는 가구를 사러 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혼수 가구를 보러 온 신혼부부의 들뜬 모습을 지켜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며 “30대부터 70대 노인이 될 때까지 일하던 한양프라자가 없어진다니 씁쓸하다. 지난 세월이 쏜살같이 지났다”고 말했다.
한양프라자는 1988년 ㈜한양이 문을 열어 약 10년 전까지 지역 대표 가구 백화점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 규모로, 가구 브랜드 매장 40여 곳과 예식장·뷔페 등 부대시설이 입점했다. 수십 년 동안 혼수 가구 장만 등 지역민 발길이 끊이지 않던 추억의 공간이자, 부산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만남의 광장이었다. 매년 봄 가을철마다 역사 기행과 문학여행 집결 장소로 꼽힐 정도(국제신문 1993년 6월 14일 자 보도 등)였다.

그러나 이곳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예전 혼수 가구를 한번 장만하면 수십 년 동안 쓰던 때와 달리 중저가 가구를 2, 3년 동안 쓰고 유행에 맞춰 바꾸는 등 가구 소비 주기가 짧아지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늘며 쇠락기를 맞았다. 업체 40곳 중 1, 2년 새 임대료를 못 버티고 80%가 떠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구 업체 6곳은 지난달 31일 임대 계약 기간이 만료돼 이달 초 동구 좌천동 가구거리·북구 화명동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입점 업체 중 한 곳인 ‘인까사’는 한양프라자의 이름을 이어받아 좌천동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한양프라자 좌천점 박순택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열정을 바쳤던 공간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니 따를 수밖에 없다. 좌천동 가구거리에서 한양프라자의 명성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양프라자 건물 부지는 주상복합시설로 재건축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건물 소유주 코리아에셋 관계자는 “아직 입점 업체의 계약이 남아 재건축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기는 아니지만, 주상복합시설로 재건축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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