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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나누다 3 <10> 정지우 문화평론가

“집단주의 억압에 박탈감·분노…MZ세대 연대문화 만들자”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 2021.08.29 19:48

  
- 기성세대 가치로 무한경쟁 강요
- 취업 등 ‘정답사회’서 탈출 고민

- 스스로 불행하다 느끼는 청춘
- 해외여행 사진 등 SNS로 공유
- 상대적 결핍·소외로 삶 악순환

- ‘공정성’ 계속 중요한 이슈될 것
- 젠더문제 과대 포장된 측면 있어
- 젊은층 내부 갈등 해소는 과제

청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2007년 우석훈의 ‘88만 원 세대’가 불을 붙인 청년 담론은 시대에 따라 진화했다. 2010년대 초반은 ‘힐링’의 시대.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의제는 청년들로부터 “힐링은 쓰린 현실을 감추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잉여인간’ ‘N포 세대 ‘헬조선’은 청년세대의 무기력과 공허를 상징하는 단어. 불가능한 성공보다 현실에 만족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소확행’이나 ‘욜로(Yolo)’가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는 청년의 숨통을 더 옥죄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에 따르면 2030세대의 임금 근로 일자리는 지난해 1분기 대비 10만 개 줄었다. 30대(-6만3000개)의 감소 폭이 20대 이하(-3만5000개)보다 더 컸다. 청년들은 계약직·인턴은 물론 아르바이트 자리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한다. ‘경력 수시채용’은 청년의 사회 진입을 늦추는 원인 중 하나. 탈출구 없는 삶이 ‘먹고사니즘’과 결합하면서 청년세대의 연대의식도 희미해진 상태. 할당제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뉴스가 나오면 어김없이 “공정한 ‘시험’을 거치지 않은 불공정”이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유래 없는 젠더 갈등은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표심(방송사 출구조사)을 통해 확인됐다.

국제신문은 올해 1월부터 8개월 동안 연재된 ‘청년과, 나누다’ 시리즈의 마지막 인터뷰이로 문화평론가인 정지우(35)를 선택했다. 그는 ‘청춘 인문학’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쓴 청년 작가다. 그는 “요즘 청년은 태어나기 전부터 ‘경쟁’에 내던져졌다. 연대보다 이기려고 한다. 비극이다. 최소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연대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청년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지난 10년간 청년에 관한 글을 주로 써온 정지우 문화평론가가 청년 담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오찬영PD
▶20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많이 고민했다. 청년 담론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는데 공감할 수 없는 대목도 있었다. 특히 ‘힐링’을 소재로 한 책은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기성세대의 가치를 인정하자는 뉘앙스였다. ‘일반적인 인생의 방식이 옳다. 너도 방황이 끝나면 나처럼 성공할 수 있을거야.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엔 집이 생길거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취업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을 사는 ‘정답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회가 만든 가치가 아니라 나만의 새로운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청년이 분노하는 원인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갈등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인 감정이 우리를 지배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분노사회’를 쓰게 된 이유다. 분노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는 집단주의다. 유교문화권의 영향으로 집단주의 사고가 내제화됐다. 집단의 기준은 개인을 억압한다. 특히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SNS를 포함한 가상공간을 통해 사회를 접했다. 개별화와 파편화 정도가 심하다. 코로나19는 분노 확산의 기폭제가 된 것 같다. 개인이 공동체로부터 멀어지도록 강제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현재 청년들은 공동체로부터 밀려나면서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연대의식이 와해되면서 우울증과 세상으로부터 쫓겨나 있다는 박탈감을 느낀다. 이런 것이 타인에 대한 증오나 혐오와 밀접히 관련이 있다. ‘개인주의, 그 이상’이 필요한 이유다. 이제는 ‘존중받는 개인’들이 연대해 공동체의 미래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들끼리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 문화가 중요하다.

-인스타그램을 주목한 이유는.

정지우 씨가 단독 또는 공동 저자로 출간한 책들.
▶청년들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면서도 인스타그램은 화려하게 꾸민다. 다들 해외여행 간 사진만 올린다.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컸다. 개인적인 욕망을 사진으로 배출하는 것 같다. 반대로 누군가의 화려한 피드를 보면서 결핍·소외·박탈감을 느낀다. 이러한 악순환이 삶을 구속하는 것 같다. 아이러니다.

-청년 세대의 불안이 공정성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삶을 통째로 갈아넣고 있는데 공정성이 훼손됐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삶을 통째로 부정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공정의 문제는 태어나기 전부터 잉태된다. 영어유치원을 다녔던 아이와 한글도 못 떼고 초등학교 들어가는 아이의 경쟁은 공정한가. 학비를 벌려고 끊임없이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과 그 시간에 과외 받는 학생의 경쟁은 공정한가….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경쟁이 일어난다. 그럴수록 공정은 가장 중요한 담론이 될 것이다.

-결혼관도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기성세대가 결혼을 ‘주춧돌’로 봤다면 최근 젊은 세대는 ‘머릿돌’로 본다. 인생을 다 완성한 다음에야 얻을 수 있는 트로피 같은.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또는 ‘결혼해도 괜찮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고생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남녀 갈등도 심각한데.

▶가부장적인 문화와 경쟁 심화가 원인이다. 아직까지 육아는 여성의 몫 아닌가. 남성도 고통받는다. ‘남자라면 000정도는 벌어야’ 한다거나 ‘집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등등의 압박감에 시달린다. 과거보다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남녀도 서로를 경쟁자로 보는 것 같다. 젠더 갈등이 실제보다 과대 포장된 측면도 있다. 온라인에선 과격한 단어가 눈에 더 잘 띈다.

-청년 문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10년 사이 청년들은 모자이크처럼 찢어졌다. 공동체 문화가 힘을 잃었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보다 청년 세대 내부의 갈등이 훨씬 심각하다. 적어도 청년세대끼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나은 삶을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우리 사회의 과제다.

-기성세대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면 내려놔야 한다. 언론사를 예로 들면, 청년들에게 글 쓸 수 있는 기회(필진)를 더 줘야 한다. 청년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면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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