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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나누다 3 <9> 김결희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외상환자 신체재건 돕는 게 소명” 목숨 건 분쟁국 의료봉사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 2021.08.22 19:04

  
- 유방·두경부암 등 재건 성형 전문의
- 콜롬비아 첫 봉사활동 인생 전환점
- 화상·선천성 기형의 아이들 돌보며
- 치료 통해 사회 변화 시키겠다 다짐

- 아이티에선 총상·자상 환자 등 치료
- 나이지리아선 노마병 아이 얼굴 복원
- 가자지구 갔을 땐 숙소 인근 폭발도

- 한국선 성소수자 가슴 재건 수술 도와
- “차별 없는 의료서비스 위해 노력할 것”

성형은 미용성형뿐 아니라 재건성형을 포함한다. 화상·교통사고나 재난으로 생긴 신체 손상을 치료하는 것이 재건성형의 목적.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인 김결희(41) 재건성형 전문의는 아이티·나이지리아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인 가자지구를 찾아 기아나 전쟁 탓에 손상된 신체 복원 수술을 도맡는다. ‘가난의 질병’인 노마병을 앓던 소녀가 “저도 결혼할 수 있게 됐어요”라는 말을 했을 땐 울컥했다. 김결희는 국내에선 성소수자 전문의로 유명하다. “치료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그를 최근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경험한 첫 의료봉사

유방암 환자와 성소수자의 재건술을 전문으로 하는 김결희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의사로서 자신의 신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찬영PD
어릴 적 김결희의 꿈은 화가. 부모님은 의과대학 진학을 권했다. ‘의사’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 것은 성형외과에 대한 매력에 푹 빠졌을 때. 성형외과는 의학 분야 중 상대적으로 늦게 발달해 의사의 창의력이나 아이디어가 중요했다. “성형외과는 ‘최적 표준(goldstandard)’이 없어요. 또 일부를 제외하고 인체의 모든 부위를 다 수술할 수 있습니다. 심리·심미적인 관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과도 어느 정도 맥이 닿아요.”

레지던트와 펠로우를 거친 김결희는 대학병원에서 두경부암 재건 수술을 주로 맡았다. 암세포를 절제한 환자의 신경을 연결하는 미세수술이 그의 전문분야.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환자가 줄었다. 두경부암은 위생 상태가 나아질수록 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 결국 김결희는 유방 재건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가 가진 미세 술기(기술)를 적용할 환자가 줄어드는 시기에 유방암에 주목했습니다. 암을 제거하고 가슴을 복원하려면 제가 가진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보스턴 하버드대병원 동료들과 함께 콜롬비아로 한 달간 봉사활동을 간 것이 계기였다. “화상이나 선천성 기형을 가진 아이들을 주로 돌봤어요. 생애 첫 ‘봉사활동’은 의사의 소명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가진 의료 지식을 더 필요로 하는 곳을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요. 전 세계 의료진과 함께 활동하면서 나를 새로운 환경에 노출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컸어요.”

■아이티·나이지리아·가자지구를 향하다

2016년 아이티 방문 당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김결희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2014년 국경없는의사회에 가입했다. 2016년 5월에는 한 달 동안 내전이 한창이던 아이티로 파견됐다. 총상·자상은 물론 교통사고 환자들이 넘쳤다. 성형외과 의사가 드문 탓에 도움을 원하는 손길이 많았다. 아이티에서 귀국하자마자 ‘노마 미션’을 수행하러 나이지리아로 출국. 5세 미만의 아동에서 주로 나타나는 노마병은 뼈와 조직을 빠르게 파괴시켜 단 며칠 만에 환자에게 안면 손상을 남긴다. 뺨에 구멍이 나거나 코가 사라지도 한다. 급성기에는 사망률이 90%에 이른다. 빈곤과 열악한 건강상태가 감염의 주요 원인이라 ‘가난의 얼굴’이라고 불린다.

김결희는 당시 노마병에 걸린 소녀를 만났다. “소녀에게 수술이 잘 됐다고 했더니 ‘선생님, 저 이제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조그만 아이가 ‘결혼의 의미를 알까’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중 한 명입니다. 성형외과 의사는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해 사회구성원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노마병 환자는 주로 어린아이들이 많아요. 그들이 회복해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 모습을 봤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2018년 방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분쟁 탓에 ‘살아있는 지옥’이자 ‘지구 최대의 감옥’이었다. 주로 다리에 총상을 입은 젊은 환자들이 많았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상대의 다리를 주로 쏴요. 부축할 사람이 필요해 그만큼 병력 손실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더군요.” 그곳에서 골수염이 발생하기 전 건강한 조직으로 결손을 덮어주는 일을 주로 맡았다. 골수염이 발생하면 다리를 절단하는 방법밖에 없었기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가자지구는 ‘내가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했습니다. 숙소 창문 너머로 폭탄 구름이 생기는 걸 목격하기도 했죠. 항상 가까이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언제든 재난 현장으로 떠날 준비가 됐다고 했다. “한국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반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나의 기술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줍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활동을 멈췄지만, 기회가 된다면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에 도전하고 싶어요.”

■소수자를 위한 의료활동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 당시 김결희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김결희의 관심 중 하나는 성소수자의 ‘성 확정’ 수술이다. LGBT 커뮤니티가 발달한 미국 보스턴에 머물 때 유방 재건 수술을 하며 자연스럽게 성소수자를 진료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성 소수자를 위한 진료와 수술은 일반적인 환자보다 까다롭다. 정신과와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는 등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낄 때도 있다. “주로 유방 재건을 맡아요. 성 확정 수술의 첫 관문이 가슴이거든요. 그야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몸의 부분이죠. 물론 자신의 종교나 신념 때문에 성 확정 수술을 반대할 수 있어요. 그래도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소수자를 돕는 게 의사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과 성소수자 수술을 하면서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하는데 동참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성소수자들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져요. 예전에는 태국으로 가서 수술 받고 오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들이 차별 없이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이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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