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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전에 취준생이 무너진다

재정난 맞닥뜨린 기업들, 50% “채용 취소·보류·축소”
원서 쓸 기회조차 뺏긴 상황…극단적 선택까지 나와 충격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2020.10.22 22:07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가뜩이나 냉혹했던 취업전선이 더욱 얼어붙었다. 특히 전국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보이는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좁디좁은 취업문의 쏠림 현상이 심했고, 비대면 채용 절차가 도입되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게 코로나19 취업현장의 모습이다. 결국 응시 원서를 넣을 기회마저 빼앗긴 청년들은 면접에 대비해 구입한 옷가지를 중고장터에 내놓는가 하면 부산지역 한 대학생은 취업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22일 부산대 건설관 입구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재학생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숨진 대학생은 취업 및 학업과 관련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항공 승무원 채용공고가 아예 사라졌어요. 학원비만 수백만 원 써가면서 준비했는데 아예 포기해야 하는 건지 두렵고 막막합니다.” 22일 부산대에서 만난 이모(여·26) 씨의 하소연이다. 이 대학 외국어 전공 졸업생인 이 씨는 “전공과 성별을 강점으로 살릴 수 있는 직종을 고민해 3년 전부터 항공사 입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하지만 항공사 ‘취업 데드라인’으로 정해둔 올해 이 씨는 변변한 원서도 써보지 못했다. 항공업계 사정이 날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취업 데드라인’을 1년 연장하기로 결심하며 그간 마련한 정장 여러 벌을 처분했다. 어학 관련 성적 및 자격증 기간 연장에 드는 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다. 그는 “면접에 대비해 구입한 옷 중 두 벌만 남기고 중고장터에 팔았다. 내년엔 이 옷을 입을 기회가 왔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지난 20일 부산대 건설관 7층에서 재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대학생은 최근 취업 및 학업과 관련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학생회는 건설관 입구 부근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취업불패’로 이름난 학과 재학생에게도 코로나19는 가혹하다. 한국해양대 해사 관련학부 4학년 최모 씨는 “재학생 90% 이상이 해운회사에 취업하는데 대부분 회사가 당장 하반기 채용을 보류하거나 규모를 크게 줄였다. 인력 적체나 내부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씨는 또 “코로나19 탓에 승선실습이 절반가량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는데, 취업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는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기업 19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용 취소·보류·축소를 결정한 비율은 50.1%에 달했다. 부산대 취업전략과 송동수 팀장은 “매년 하반기 수십 건이던 오프라인 채용 설명회가 올해 전무하다”며 “중요 정보 출처인 설명회가 막히고, 채용에 비대면 전형이 도입돼 정보가 부족한 지역 취준생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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