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6월 약속 뒤 1년 넘게 방치
- 구·상인 협의 요구에도 무대응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은 해운대역사 뒤편 담벼락(국제신문 지난 24일 자 6면 보도) 주변에 임시주차장을 조성하기로 한 계획이 국가철도공단(옛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무관심 속에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29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구와 철도공단은 지난해 6월 무너질 듯한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옛 해운대역사 폐선부지를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 내용은 2ｍ 높이 담벼락 약 200ｍ 구간을 철거하고, 이 일대 개발 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 60여 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해 운영하는 것이었다.

당시 구는 역사 뒤 폐선부지 개발 사업이 확정되면 담벼락 주변을 정식 공영주차장으로 만들고, 그 이전까지는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공단 측도 역사 개발 사업자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주차면 등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은 1970년대 중반에 조성된 후 해운대를 남북으로 단절했던 담벼락이 철거되고 주차장까지 조성된다는 사실을 반겼다. 특히 옛 역사 뒤편 ‘해리단길’은 하루 평균 3000명이 방문하면서 불법 주정차 문제가 극심했는데, 주차장이 생기면 이 같은 문제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년을 넘기도록 이 계획은 한 발도 진전되지 못한 상태다. 주민·상가번영회와 구가 여러 차례 협의를 시도했지만 철도공단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홍순헌 구청장은 “구가 주민 의견을 받아들여 임시 주차장 조성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실제 담벼락과 해당 부지 등 재산을 관리하는 철도공단 측이 동의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공단 측으로부터 의견이나 설명을 듣지 못한 채 1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주차장 조성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홍 구청장은 이어 “주차장 조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담벼락은 우선 제거하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차장 조성이 지연되면서 인근 주민과 상인은 들끓고 있다. 윤제영 해리단길 발전협의회장은 “단순한 재산·점용권 갈등이 아니라 이 일대를 지나는 주민과 차량, 방문객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두 기관이 옛 해운대역사 일대 개발 방향을 놓고 대립해왔지만,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우선 담벼락 처분에 대해서라도 신속하게 협의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공단은 옛 해운대역사와 그 뒤 정거장 부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일대의 공원화를 요구하는 지역주민과 구가 반발해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엔 역사 건물의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건물의 원형을 보존하되 이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