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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만 양식장 역대급 장마에 초토화

낙동강물 지속 유입·해류 정체…바닷속 산소부족 ‘빈산소수괴’로 홍합·굴·멍게 등 집단 폐사 속출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2020.08.13 20:07
- 피해 접수 390건 45억 원 달해
- 어민들, 특별재난지역 지정 호소

13일 경남 고성군 당동항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10여 분 나간 굴양식어장. 어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한 어민이 굴 수하연(굴이 자랄 수 있도록 바닷속에 놓는 줄)을 들어 올리자 굴 껍데기가 줄줄이 달려 올라왔으나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수하연을 더 들어 올리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물이 깊을수록 부패가 더 심해 보였다.

13일 경남 고성군 당동만의 한 굴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굴 수하연을 들어 보이고 있다. 형체는 남아 있지만 속은 녹아내려 알맹이가 없는 빈 껍데기다. 박현철 기자
그나마 이곳은 사정이 나은 상황. 인근 미더덕 양식어장은 더 심각했다. 한문관 신화어촌계장은 “미더덕이 전부 녹아내려 전량 폐사했다”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내년 수확을 위한 어린 치패까지 모두 폐사해 내년 농사까지 망쳤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가리비 어장도 마찬가지. 가리비 양식을 하고 있는 정정열(64) 씨는 “가리비 알은 찾아볼 수 없고 전부 빈껍데기뿐이다. 바닷속 생물체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당동만을 포함한 진해만 일대가 빈산소수괴(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추정되는 이상조류로 어업 피해가 극심하다. 피해 품종은 굴, 진주담치, 가리비, 미더덕 등 해역 내에서 양식 중인 모든 패류다.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 농도가 3㎎/ℓ이하로 낮아지면 패류 폐사가 발생하는데, 진해만 일대 산소농도는 0.38~2.70㎎/ℓ에 불과하다. 어민들은 계속된 장마로 낙동강 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됐고, 당동만 일대 해류가 흐르지 않고 갇히면서 집중 폐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어민은 “지금 바닷속을 보면 급격한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조차 도망치지 못하고 떼죽음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폐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돼 갈수록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날 현재 경남도에 신고된 피해 건수는 390건으로 피해액은 44억6800만 원에 달한다. 규모로는 진해만 전체 양식어장 2229㏊ 중 579㏊(26%)에서 폐사가 일어났다.

품종별 피해는 홍합 159건, 굴 135건, 멍게 78건, 미더덕 12건, 가리비 6건 등이다. 시·군별로는 거제시 175건(32억7100만 원), 고성군 71건(6억6400만 원), 창원시 139건(4억7700만 원), 통영시 5건(55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폐사가 계속돼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진해만 일대에서 빈산소수괴로 폐사가 간혹 발생하긴 했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규모로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어민들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통한 실질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어민은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는 어떤 피해가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피해복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정호(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의원과 백두현 고성군수, 옥은숙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장 등은 당동만 피해 현장 일대를 둘러보고, 피해복구계획을 수립해 경남도에 제출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피해규모 조사와 원인 규명에 나섰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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