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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법’은 못 지켜줬다…부산 정신과 의사 또 흉기에 희생

북구 소재 정신과 입원 환자, 흡연으로 퇴원 권고 받자 앙심
임동우 기자 | 2020.08.05 22:18
- 진료실 들어가 흉기 휘둘러
- 경찰, 살인 혐의 구속영장 신청

- 의료진 보호 명시한 ‘임세원법’
- 의원급엔 해당 안 돼 참사 반복

퇴원 지시를 내린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의료인 폭행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시행됐지만 유사 사건이 반복되자 의료계는 환자로부터 의료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처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북구 화명동 A정신병원 진료실에서 의사와 말다툼 중 흉기를 휘두르고 난동을 부린 혐의(살인)로 B 씨를 붙잡았다고 5일 밝혔다. 이날 오전 9시25분께 B 씨는 의사 C 씨가 자신을 퇴원 조처한 것에 불만을 품고 진료실에 들어가 흉기로 C 씨의 가슴과 복부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B 씨는 진료실을 빠져나와 병원 내 한 병실로 들어갔고,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창문을 깨고 소란을 피우던 중 다른 환자들에게 제지를 당했다가 이내 경찰에 붙잡혔다.

B 씨 범행 당시 병원에는 모두 19명의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환자 D 씨는 “갑자기 간호사가 소리를 질러 병실에서 나오니 B 씨가 창문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며 “B 씨가 불을 지를 것을 우려한 간호사가 병원 옥상으로 대피하라고 해 급히 몸을 피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지난 6월 16일 조울증으로 A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입원 치료 중 의료진 만류에도 담배를 피우는 등 병원 규칙을 지키지 않았고, 이에 C 씨는 지난달 31일 B 씨의 퇴원을 지시했다. 하지만 B 씨는 퇴원하지 않고 버티다가 지난 4일 잠시 외출해 흉기를 사 들고 돌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일부 환자는 퇴원했고, 나머지는 북구보건소 안내에 따라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B 씨는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30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정신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해 4월 국회는 이른바 ‘임세원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은 보안장비를 설치하고 보안인력을 배치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 의료진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발생한 병원은 법망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병상이 49개에 불과한 소규모 병원이라 별도의 보안장비와 보안인력이 없어 참사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시의사회 강대식 회장은 “법은 바뀌었지만 의원급에는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작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보안장비와 인력을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에 진료안전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방안을 촉구하겠다”며 “이와 별도로 수사기관과 법원은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한 이들을 엄히 처벌해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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