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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명소 돌산마을(부산 문현동 판자촌) 재개발에…둥지서 내몰린 원주민

한국전쟁 뒤 피란민 모여 형성…LH, 철거 뒤 10월 아파트 착공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2020.06.04 22:02
- 입주권 받아도 추가자금 태부족
- 다른 동네 이주할 형편도 못돼
- 비대위, 보상금 증액 소송 계속

벽화마을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던 부산의 대표적 빈민가인 남구 문현동 ‘돌산마을’이 60년 넘는 세월을 뒤로 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데, 원주민의 ‘둥지 내몰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께 아파트 단지 신축으로 인해 사라질 예정인 부산 남구 문현동 산 23-1번지 일원 돌산마을(문현 안동네) 전경. 김종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오는 10월 문현동 산23의 1번지 일원인 돌산마을에서 신축 아파트 공사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사업 시행자인 LH는 이달부터 해당 지역의 건물 철거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낡은 석면 슬레이트 지붕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남은 15~18세대가 모두 나가게 되면 본격적인 철거 작업을 진행한다. 앞으로 이곳 4만6030㎡의 부지에는 1072세대(지하 3층, 지상 28층 8개 동)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돌산마을이 2010년 주거환경개선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 만이다.

이 마을은 1950년대 초 공동묘지였다. 6·25전쟁을 거친 뒤 오갈 데 없는 피란민 등이 대부분 국·공유지인 이곳에 정착해 움막과 주택 등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됐다. 부산의 가장 가난한 달동네 중 하나였던 이곳은 2008년 부산시 공공미술사업으로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영화 ‘마더’의 촬영지로 인기를 얻으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매일 수백 명의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부산 남구 문현동 돌산마을에 그려진 벽화. 국제신문 DB
문제는 기존 300세대 주민의 둥지 내몰림 현상이 현실화할 것이란 점이다. 마을 거주민인 A 씨는 범내골 인근의 또 다른 무허가 판자촌으로 전세를 얻어 이사한다. 돌산마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보상금을 받아 부산 어디서 내 집을 또 구하겠느냐. 기존 주민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긴 하지만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억대의 돈을 내고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인데 돈이 없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게 뻔하다. 300세대 가운데 10%도 채 입주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돌산마을 비대위는 우선 집을 비워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LH를 상대로 제기한 보상금 증액 소송은 이어갈 계획이다.

LH 측은 주민의 주거 안정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LH 관계자는 “주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이주비를 지원하는 등 최대한 배려해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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