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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히어로 <9> 부산의료원의 영웅들

방호복 입고 100여 일 사투…그대들의 희생·봉사 덕분에
김민훈 신지영 기자 | 2020.05.12 19:46

  
- 코로나 전담병원 의료진들
- 바람 안 통하는 방호복에
- 얼굴 짓누르는 고글 쓴 채
- 사명감으로 방역 최전선 사수

- “와상환자 생리현상 책임지고
- 가족까지 따가운 눈총 받지만
- 쏟아지는 국민 응원과 격려
- 잘 견뎌준 환자 위해 힘 낸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빼앗아 간지 다섯 달째. 정부는 지난 6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다. 기쁨도 잠시,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서 시작한 집단 감염이 확산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의료진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오직 사명감으로 버티던 코로나 영웅도 견디기 힘든 순간이다.
지난 6일 부산의료원 정문 앞에서 간호사들이 퇴근길에 화분 선물을 받고 있다. 동영상 캡쳐
하지만 영웅들은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코로나19와 맞서 싸울 힘과 용기, 격려와 응원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최전선을 지킨 숨은 영웅들을 어렵게 만났다.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벗은 영웅들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환자 치료 위해 모두 하나 돼

지난 6일 국제신문 취재진은 코로나19 전담병원 부산의료원을 찾았다. 코로나19 확진세가 감소하면서 한적해진 병원 분위기가 느껴졌다. 취재진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정문 앞 선별진료소였다.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확인해서 분류하는 선별진료소는 지역 확진자가 줄어들기 전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다. 현재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은 드물지만 일상은 100여 일 전 코로나19가 심각했던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원으로부터 취재 허락을 받은 기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을 마친 후 선별진료소에 들어갔다. 진료소 안에서 방호복을 입고 업무를 보던 류소영 응급구조사를 만났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호복과 답답한 마스크, 얼굴을 짓누르는 고글 사이로 보이는 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류 응급구조사는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데 땀으로 샤워하는 느낌이다. 땀은 참을 수 있지만 환자에게 말을 전할 때 숨쉬기 힘들어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응급실이 폐쇄되자 선별진료소 업무를 맡게 됐다. 밤낮없이 3교대로 근무하며 방호복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5월 황금연휴는 그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류 응급구조사는 “방호복을 입다 보니 늘 몸을 굽혀 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휴가가 주어진다면 편하게 물리 치료를 받고 싶다”며 아픈 어깨를 만졌다.

곧이어 음압병실에서 근무하는 황영희 수간호사와 박성혜 간호사를 병원 앞 벤치에서 만났다. 음압병실은 바이러스가 밖으로 퍼지지 않도록 설계된 특수격리병실로 코로나19 치료가 이뤄지는 곳이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137명을 간호했다. 이중 완치해 퇴원한 환자는 107명(5월 6일 기준). 많은 환자가 두 사람의 손을 거쳐 갔다.

힘든 날이 많았다. 황 수간호사는 “대구 요양병원에서 온 코로나19 확진 환자 15명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부분 와상환자여서 생리 현상까지 모두 의료진의 손을 거쳐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가장 힘든 순간 가장 큰 위안이 찾아왔다. 그는 “손이 모자라면 보직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달려왔다. 의료진 모두가 하나 돼 환자를 보살폈던 것이 지금의 결과를 이루어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의료진을 가장 힘들 게 한 건 병원 밖에 있었다. 박 간호사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의료진과 그 의료진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아니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오해를 받는 순간 정말 가슴 아팠다”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치료의 현장으로 돌아간 이유는 의료인의 사명감이었다. 박 간호사는 “기약 없이 입원해 있는 확진 환자를 볼 때 가슴이 아프다. 우리 의료진을 믿고 잘 버텨준 환자를 위해 매일 힘을 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일련의 사태들도 의료진의 힘을 빠지게 한다. 황 수간호사는 “지금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모두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지켜서 코로나19 가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5시 반이 되자 부산의료원 정문 앞은 많은 화분들이 배치돼 푸른 정원이 이뤘다. 한국남부발전에서 의료진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퇴근길 깜짝 이벤트로 500여 개의 화분을 준비한 것이다. 정이성 한국남부발전 관리처장은 “코로나19 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화훼농가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서 화분을 선물로 선택했다”며 “푸른 화분을 보면서 의료진이 지친 마음을 치유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지친 얼굴을 한 의료진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입구를 가득 메운 푸른 화분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 최영주 간호사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 놀랐다. 화분을 보니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수헌 진단검사과장도 “코로나19 사태로 화훼농가도 어렵다고 들었는데, 이런 이벤트 선물을 받아서 감동이 두 배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코로나19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여러 형태의 고통으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그런데 우리는 벼랑 끝에서 그동안 잠시 잊었던 것을 되살려 냈다. ‘나’보다 ‘당신’ 그리고 ‘우리’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마음이 선순환이 돼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히든히어로의 마음이 또 하나의 이타적인 선순환의 요소가 되기를 바란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 모두가 하루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김민훈 신지영 기자

※ 제작지원 BNK, 한국주택금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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