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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뉴노멀’ 시대 <5> 준비 없는 산업 망한다

백화점·시장 북적북적 옛말…언택트(비대면) 쇼핑 대비해야 산다
김화영 박지현 기자 hongdam@kookje.co.kr | 2020.04.27 19:42
- 오프라인 매장 찾는 발길 뚝
- 새벽·당일 배송 서비스 통한
- ‘쿠팡’ 등 온라인 쇼핑 강세

- 백화점·아울렛 등 유통기업
- 매장 생중계로 O2O에 사활
- 시도 ‘부산장터’ 구축 서둘러
- 감염병 리스크 최소화 불가피

두 번 다시 코로나19 발생 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우려가 놀랍지 않다. 우르르 몰려 만져보고 냄새 맡은 뒤 물건을 사던 소비를 요즘 다들 꺼린다. 마스크 착용과 온라인 수업만큼 재택근무도 자연스러워졌다.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언택트(Un+Contact)’가 일상화되면서 노동과 의식주처럼 인간 삶의 기초가 된 경제활동 패턴이 180도 바뀌었다. 불과 3개월 만이다.
롯데백화점의 라이브 커머스 채널 ‘100LIVE’. 롯데백화점 제공
■직격탄 맞은 전통시장

“코로나 때문이죠. 이 위기만 극복하면 예전처럼 붐빌 겁니다.” 지난 23일 오후 1시께 부산 중구 남포동 건어물도매시장은 썰렁했다. 예년 봄철 영도다리 도개 전 이 시간이 관광객으로 가장 북적이는 시기다. 젓갈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진양상회 윤태경(40) 대표는 “한국전쟁 때 월남한 조부모의 가업을 물려받아 3대째 가게를 운영 중이다. 부모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렇게나 손님 발길이 뚝 끊긴 적은 없었다”고 푸념했다. 20여 분간 물건을 구경하러 온 이는 100여 m 시장 골목에 10여 명밖에 안 됐다.

지난 23일 부산 중구 남포동 건어물도매시장 골목이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화영 기자
인터뷰에 응한 상인 대다수가 의외로 덤덤했다. 코로나 사태만 종료되면 다시 손님이 몰릴 거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표처럼 젊은 상인들은 생각이 달랐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나 외교 문제로 불거지는 경제 위기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고, 그때마다 무작정 사태 종료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전자상거래가 판로 확대 방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무턱대고 시도하기 어렵다. 제품 상세 페이지 제작법과 판매 방법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면서도 대응책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도 발걸음이 뚝 끊겼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지난 2, 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 45% 줄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도 지난 3월 매장에서 물건을 산 고객 수가 지난해에 견줘 45% 감소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할인행사도 미룰 수밖에 없어 타격이 크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O2O에 사활 건 유통기업

롯데백화점 동래점의 한 남성 정장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리뉴얼한 매장을 소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전통시장과 마트에서 파는 물품은 거의 다 필수재다. 소비자는 불황에도 의식주 유지와 연관된 물품 구매는 줄이지 않는다. 전통시장과 마트에서 사라진 고객이 몰리는 곳은 온라인 쇼핑이다. 오픈마켓 최강자로 부상한 ‘쿠팡’ 로켓배송의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출고량은 300만 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1월 하루 출고량 170만 건의 배에 가깝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구매자 수는 지난 1월 800만 명에서 3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유통 대기업들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쇼핑 산하 백화점과 마트·홈쇼핑 등 7개 쇼핑몰을 로그인 한 번에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 ‘롯데온(ON)’을 출시했다. 매장과 연동해 새벽·당일 배송 등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눈길을 끈다.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30%가량 정리한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 신상품을 소개하는 ‘제시카 윤이 간다’ 방송 장면. 롯데백화점 제공
매장과 온라인 쇼핑이 결합된 ‘라이브 커머스’도 뜨고 있다. 롯데·현대백화점은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아웃렛과 백화점 물품을 모바일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개하는 ‘100 LIVE’를 매일 한 차례 방송한다. 롯데백화점 동래점은 최근 ‘랜선 집들이’ 마케팅을 처음 시도했다. 봄 시즌에 맞춰 남성 정장 브랜드 새 단장을 마쳤으나 예년처럼 고객 초대 프로모션을 하지 못해 앱의 영상으로 새 매장을 소개하고, 할인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제시카 윤이 간다’라는 영상 콘텐츠를 SNS 채널에 올려 우수 고객이 홈쇼핑에서처럼 손쉽게 신상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청연 센텀시티점장은 “온·오프라인을 잇는 옴니채널 유통 서비스를 다양하게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전통시장 스스로 전자상거래 마케팅 시행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코로나19 긴급 추가경정예산 10억 원을 편성해 지역 전통시장 전용 쇼핑몰인 ‘부산장터’를 운영한다. 부산 20개 전통시장 200개 점포의 물품을 파는 독립몰을 구축하고, 이곳의 물품을 쿠팡 등 오픈마켓과 연계한다. 전국 최초로 시장 기반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유기적인 판매 시스템(O2O·Offline ↔ Online)을 도입하려고 한다. 시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홈페이지를 만들고 운영할 사업자를 뽑을 예정이다. 오는 10월까지 기초작업을 끝내 상인의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산업계 “바꿔야 산다”

더디지만 부산 산업계도 바뀌고 있다. 제조업의 특성상 소비자를 상대하는 거래(B2C)보다 기업에 물건을 대는 B2B 거래가 더 많다. 오래 관계를 맺은 고정 거래처가 있어 감염병 발생으로 곧바로 판로가 끊길 우려는 덜한 편이다. 그러나 까다로운 방역을 비롯해 입국 절차 강화로 국가 간 이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해외 영업에 적잖은 타격이 생긴다. 이동 제한에 따른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수출도 애를 먹는다. 산업계에 “옛 시스템을 버리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선박 기자재를 생산해 납품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 영업처를 직접 찾는 방식으로 일했는데, 다른 나라에 입국하더라도 숙소를 구하기 어렵고 한국에 귀국하면 장기간 격리돼야 해 예전만큼 매끄럽게 업무를 하지 못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슷한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창궐할 수 있다. 일하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미국 CES나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기술박람회의 모습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박람회를 직접 찾아 제품을 보고 계약하는 형태는 사라질 것”이라며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올라 온 제품 페이지를 보고 전자서명으로 계약을 맺는 형태가 일반화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효율성을 내세웠던 기업 경영의 틀이 바뀔 가능성도 크다. ‘이윤’을 기업이 추구하는 불변의 최고 가치로 볼 때, 많은 기업이 리스크(위험) 최소화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같은 외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토대를 만들어 위험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까닭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조사연구본부장은 “비상 경영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한계기업’은 정리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미래 대응에 취약한 기업은 미리 전업시키거나 한계 극복 지원 프로그램을 서둘러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제조업계를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코로나 뉴 노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부산시 감염병관리단 손현진 부단장은 “많은 이주노동자가 집단생활을 하는 데다 공공의료 접근성이 떨어져 아프더라도 곧장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처지여서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다”며 지원을 촉구했다.

김화영 박지현 기자 hongda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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