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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감염 고위험’ 16곳 중 1곳만 영업…좁은 공간에 20여명 빼곡

서면 유흥업소 점검 동행
김민주 기자 | 2020.04.09 19:59
- 입구서 체온 재고 연락처 기록
- 종업원 4명 모두는 마스크 착용
- 손님들은 벗은 채 술잔 기울여

- 점검반, 시민 강제할 근거 없고
- 룸살롱 등은 대상 포함도 안돼
- 단속 곳곳 허점에 실효성 의문

서울에서 유흥업소 종업원의 코로나19 확진이 잇따르면서 부산시도 지역업소 관리에 고삐를 죈다. 하지만 국제신문 취재진이 시 점검반의 업소 단속에 동행한 결과 단속 방식과 대상업소 선정 등 곳곳에서 허점이 포착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8일 밤 부산 서면의 한 술집 앞에서 이용객들이 발열 측정 뒤 출입기록을 적고 있다.
지난 8일 밤 10시 부산 서면. 취재진은 부산시 공무원 5명과 함께 이곳 술집 등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원지가 될 수 있는 ‘고위험 시설’ 단속길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이후 시와 구·군의 전·현직 공무원 70여 명이 시내 유흥업소 2511곳을 대상으로 점검·지도를 벌여왔다. 특히 이 중 26곳을 고위험 시설로 선정하고, 매일 새벽 4시까지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점검반은 쥬디스태화와 서면1번가 일대에 밀집한 고위험 시설 16곳(61.5%)을 살폈다. 16일째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서면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20대를 상당수 마주칠 수 있었다. 가게 분위기는 달랐다. 서면지역 고위험 시설 16곳 중 15곳이 문을 닫았다. 점검반은 휴업이 공지된 가게라도 해당 층까지 오르내리며 실제 문을 닫았는지 확인했다. 문을 연 가게는 단 한 곳이었다. 입구에서는 술집에 들어서기 위해 체온을 재고, 성명·연락처를 남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10평 남짓한 공간이 직장인 등 청년 20여 명으로 빼곡했다. 이들은 좁은 테이블에 붙어 앉아 마스크를 벗은 채 술잔을 기울였다. 종업원 4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의자나 테이블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주셔야 합니다.” 점검반 지적에 가게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부분 테이블과 의자가 고정식이어서 애초 거리를 두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이용자 간격을 최소 1, 2m로 유지해야 한다는 건 점검 지침인 ‘유흥시설 준수사항’ 중 하나다. 간격 유지 외에 ▷발열 체크 및 이용객 대장 작성 ▷손 소독제 비치 ▷시설 소독·환기 및 대장 작성 등 8가지를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기면 행정지도·명령 후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과태료 300만 원을 매길 수 있다. 점검반은 특별한 확인 없이 점주에게 “직원은 마스크를 꼭 써달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가게를 나섰다. 점검반이 시민에게 방역지침을 강제할 근거는 없다. 술과 음식을 파는 가게 주인 또한 손님에게 마스크를 쓰라거나, 1m 이상 떨어져 대화하라고 요청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날까지 이런 형태의 점검이 누적 8432개소를 대상으로 이뤄져 왔으며, 행정지도나 과태료 조처는 한 건도 없었다.

고위험 시설을 지정하는 기준도 의문이다. 시에 따르면 밀접하게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가게가 대상이다. 그런데 유흥주점(룸살롱), 단란주점(접대부 없이 술을 파는 노래방)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단속 40분 동안 유명 프랜차이즈 단란주점의 이름을 대며 다가온 호객꾼은 6명. 훨씬 더 많은 단란주점이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점검반은 쥬디스태화 인근 대로변 한 술집도 그냥 지나쳤다. 이 가게는 DJ를 중심으로 실내 방송이 이뤄지고, 종업원이 남녀 이용객의 ‘부킹’을 매개하는 곳이다. 호객을 위해 실내 방송이 길거리에 울려 퍼져 내부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지만, 역시 점검에서는 빠졌다. 결국 일선 직원은 격무에 시달리지만 점검방식·대상 선정 등의 문제탓에 변죽만 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시는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공문에 따라 앞으로 단란주점 1700여 곳도 점검 대상에 포함해 관리할 방침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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