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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소 갔지만 검사 허탕” 감염자 무방비 거리 활보

부산 43번·14번 확진자, 의심증상 있는 상태로 보건소·선별진료소 전전…검사 대기시간 길어 포기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2020.02.26 22:19

- 식당 등 도심 곳곳 다녀

부산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일부가 구·군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지만, 제대로 검체 채취 등 조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방비상태로 도심 곳곳을 돌아다닌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조기 격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코호트 격리된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요양병원에서 환자가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14번 환자(남·32)는 지난 21일 오전 9시께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시가 공개한 동선을 보면 이 환자는 동래구보건소에서 나와 오전 10시께 인근 약국으로 이동했다가, 오후 3시20분께에는 동래구의 한 내과를 찾았다. 또 오후 5시30분에 금정구의 한 고깃집에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 다음 날인 지난 22일, 다른 병원에서다. 그는 이날 오전 9시께 대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갔고, 이후 자신의 집에 머물다가 보건소 차를 타고 부산의료원으로 옮겨졌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방문 당일 검사를 받지 못하고 하루 동안 병원과 식당 등을 돌아다닌 것이다. 시는 14번 환자가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을 때 검사를 받으려는 의심환자가 밀려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한다.

확진자가 선별진료소를 전전한 사례는 26일 또 발생했다. 43번 환자(여·51)는 지난 23일 오후 1시께 연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즉시 검사받지 않고, 오후 1시45분께 인근 패스트푸드 식당을 방문했다. 이 환자는 이날 오후 2시에 다시 연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갔고, 이후 동래구의 한 편의점과 과일매장 등을 방문했다. 43번 환자는 다음 날인 24일 낮 12시20분께 연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세 번째 찾았고, 오후 1시께 동래구보건소를 방문했다. 이 환자 역시 제때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받지 못해 감염된 채로 식당과 편의점 등을 돌아다닌 셈이다. 특히 이 환자는 부산 29번 환자(남·21)의 어머니이다. 확진자의 접촉자로 자가격리된 상태였지만 이를 어기고 외출까지 했다. 시는 43번 환자가 왜 구·군보건소를 네 번이나 찾았는지 조사 중이지만 14번 환자와 마찬가지로 검사 대기 시간이 길어 포기하고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시에 따르면 지난 25일에만 776건의 의심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부산지역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검사는 모두 2649건이다.

감염 의심자가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두고 시민 불안감은 커진다. 최근 감기 증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은 이모(37) 씨는 “대기 순번이 50번을 넘어가는 바람에 검사를 위해 오래 기다려야 했다”며 “당일 검사가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다른 일반 병원에서 다행히 세균성 감기 판정을 받았지만 만약 코로나19 양성이었다면 보건소에서 검사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나와 거리를 활보할 뻔했다.

시 관계자는 “동래구는 최근 부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해 의심환자 검사 건수가 일시적으로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동래구보건소의 선별진료소 공간을 넓히는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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