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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101층 엘시티 그늘에 떤다

해운대역~장산역 시간대별 최장 1㎞ 길이 그늘 드리워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 2019.12.10 23:01
- 주민·학교 일조권 침해 호소
- 상가도 “난방비 부담 늘어”
- “졸속허가 부작용 드러난 것”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가 지난달 동별 준공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한 가운데 이 초고층 건물 탓에 주변 지역이 일조권 피해를 호소한다. 최고 411m 높이의 엘시티가 거대한 그늘을 해운대구 일대에 드리우는 바람에 가뜩이나 추운 겨울, 체감온도를 더 낮춘다고 주민은 아우성친다.
해가 중천에 떠 그림자가 가장 짧은 시간대인 10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랜드마크 타워) 옥상에서 촬영한 사진. 이마트 해운대점 등 해운대 일대에 ‘엘시티 그늘 ’이 져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0일 국제신문 취재팀이 엘시티 101층 꼭대기와 주변 다른 고층 건물에 올라 시간 흐름에 따라 이 건물로 인한 그늘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했다. 오전에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방향으로, 오후에는 장산역 방향으로 그늘이 길게 늘어졌다. 오전 10시께 엘시티 그늘은 인근 해운대구청과 해운대초등학교를 넘어 해운대로까지 이어졌다. 오전 11시께는 해가 이동하면서 그늘이 도시철도 2호선 중동역 인근 이마트 건물까지 덮었다. 이날 오후 4시께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한 고층 아파트에서 지켜봤더니 그늘은 ‘랜드마크 타워’(엘시티 3개동 중 가장 높은 건물)에서 동백중학교까지 1㎞가량 늘어졌다. 101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411.6m)와 85층 높이 주거타워 A·B(339.1·333.1m) 등 3개동이 햇볕을 가리면서 인근에 드리운 그늘의 크기가 어마어마함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주변 주민과 상인은 일조권 침해를 호소한다.

인근 해운대초등학교 안봉현 교장은 “여름 등 다른 계절은 그나마 괜찮지만 겨울에는 그늘이 져 굉장히 불편하다. 오전에는 계속 햇볕이 가려진다”며 “오전 체육시간은 아이들이 추워해 체육관에서 주로 수업을 한다. 1년 정도 상황을 지켜보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상인이나 해변가 호텔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엘시티 부근 한 상인은 “오후 3시30분만 되면 일대가 완전히 음지다. 손님이 불편해해 예전보다 불도 빨리 켜야 하고 난방도 신경 써야 해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난다”고 털어놨다.

엘시티 측은 일조권 침해와 관련해 이미 보상을 마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운대초 체육관 건물을 보수하거나 학교 건물을 증축하는 방식으로 보상했다는 설명이다.

부산에 초고층 빌딩이 생길 때마다 일조권 문제가 논란이 되는 만큼 건축허가 단계에서부터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보상을 마쳤다고는 하지만 이런 현상을 고려하지 않고 각종 특혜를 줘가며 초고층 빌딩을 세운 것이 문제다. 구와 시민사회에서 끊임없이 대책을 요구하고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앞으로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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