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55·사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4일 금융위원회와 업체 2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유 부시장이 금융위에 근무했던 당시 업무 관련 자료와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유 부시장의 비위 의혹과 관련된 업체 2곳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 부시장의 금융위원회 국장 시절 비위와 관련해 4일 오전 10시부터 금융위와 업체 2곳을 압수수색했다”면서도 “구체적 혐의 사실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장관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이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지난달 30일 대보건설 등 유 부시장과 유착 정황이 있는 업체 4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유 부시장은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때 업체 관계자로부터 자녀 유학비와 항공권 등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을 받았다. 그러나 별다른 징계조치를 받지 않고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오거돈 시장 당선 후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됐다.

지난달 11일 국정감사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의 감찰이 ‘윗선’의 지시로 중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유 부시장은 “감찰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투서 내용과는) 다른 경미한 의무 위반으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직접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현재와 같은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시정에 전념하기 어려우며, 이로 인한 시의 부담을 덜기 위해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사의를 표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당장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검찰의 수사를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본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검찰 수사에서 아직까지 명확하게 확인된 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유 부시장이 사의를 표했을 때 “의사를 존중하되 향후 추이를 엄중히 살펴본 뒤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고, 그것은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는 만약 지금 단계에서 사표를 수리할 경우 유 부시장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유 부시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압수수색 후 검찰이 조사를 위해 유 부시장을 소환하는 등 신변에 변동이 생기면 사표 수리 등 거취를 다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시장은 4일 휴가를 냈으며, 5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대외활동은 줄이되 일상적인 업무는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은 드러난 것이 없는 만큼 다른 변동사항이 생길 때까지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송이 박정민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