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엔 부산과 日서 전시회 예정

가락국 시조 수로왕의 부인인 허왕후가 혼인하려고 인도 야유타국에서 건너올 때 배에 싣고 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파사석탑(경남문화재자료 제 227호·사진)이 2000년 만에 세상 나들이에 나선다. 정부가 그동안 김해를 벗어난 적이 없는 이 석탑을 보수하고 국내외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어서 화제를 모은다.

“삼가 허왕후님의 발자취가 어린 파사석탑을 모셔 가 세상사람들에게 보이려 하니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16일 파사석탑이 있는 김해시 구산동 허왕후 묘역 앞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주최로 고유제(告由祭)가 열렸다. 오는 12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가야유물 특별전(‘가야본성-칼과 현’)에서 파사석탑을 전시하려고 서울로 옮긴다는 사실을 고하는 제사다. 교유제는 수로왕릉 묘역, 허왕후 묘역, 파사석탑 앞에서 엄숙하게 치러졌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김해 김씨·허씨 문중, 김해시 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7일 전문 회사에 의뢰해 석탑을 서울 중앙박물관으로 옮긴다. 오랜 세월 동안 마모된 석탑에 약품처리를 하는 등 보수하는 작업을 두 달간 벌인다. 파사석탑은 2000년 전 허왕후와 함께 김해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이곳을 벗어나는 셈이다. 파사석탑을 보수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파사석탑은 서울과 부산 전시회에서 선보인 뒤 내년에는 일본 국립역사박물관, 규슈 국립박물관에서 잇따라 전시될 예정이다. 파사석탑은 삼국유사에 수로왕 7년(서기 48년)에 인도 아유타국에서 허황옥과 함께 배에 실려 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학계에서는 당시 항해술로 인도에서 김해에 도착하기 어렵고 기록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정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파사 석탑의 재질 등의 규명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양수 학예관은 “지난 7월 우리와 고려대가 비파괴검사 등을 한 결과 파사석탑 재질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내년에 허왕후 고향으로 추정되는 인도 아요디아시를 방문해 그 지역 돌과 석탑과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