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재판을 받아 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석방된다. 하지만 정작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법원의 보석 결정을 반기지 않는 반응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 24일 179일 간 구속됐다. 당초 그의 구속기한은 오는 8월 11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면 어떠한 제약도 없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심리 내용이 방대한 탓에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신청하지도 않았음에도 직권으로 석방 결정을 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 후 경기도 성남시의 자택에만 주거해야 한다는 조건 등을 붙여 재판 출석 및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3월 항소심 재판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2심 구속기간 만료를 한 달 앞두고 보석을 허가하며 주거지 및 외출 제한, 가족·변호인 외 접견 금지 등 사실상 가택 연금 수준으로 운신의 폭을 좁힌 것과 마찬가지다.당초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구속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석방이 이뤄져야 하고 설령 보석이 결정되더라도 구속 만료와 비교해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재판부의 직권보석에 대해 거부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때문에 ‘보석이 아닌 구속 취소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접견을 통해 재판부가 내건 조건 등을 두고 상의를 거쳐 이를 수용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보석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면 보증금 납입과 같은 조건 준수를 거부해 보석이 취소되도록 하거나, 재판부 결정에 대해 일반항고를 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이민재 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