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거 실적 빈약, 실효성 의문
- 투입한 어선 너무 많다 지적도

부산 해운대구가 수년 동안 해수욕장의 해파리 퇴치를 위해 지역 어민과 계약을 맺으면서 객관적인 기준 없이 주먹구구로 비용을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는 해수욕장 해파리 방제를 위한 용선 계약 방식을 개선하려고 어민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같은 조처는 매년 구가 해파리 퇴치용 어선을 확보하고자 지역 어민과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비용 산출 근거를 두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해운대구는 해파리 퇴치 어선에 2017년과 지난해 각각 척당 20만, 25만 원의 일당을 지급했다. 올해는 척당 30만 원의 일당을 줄 예정이다. 지난해 해수욕장 개장 기간인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해파리 퇴치 어선에 지급한 돈은 총 1억1075만 원에 달했다.

해운대구가 최근 3년간 잇따라 해파리 퇴치 용선의 일당을 올린 것은 어촌계의 요구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 인상의 적절성을 따질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어민들이 ‘조업도 못 하는데 인건비 명목으로 주는 일당이 박하다’고 불만을 터뜨려 어쩔 수 없이 일당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해파리 방제에 투입되는 어선 수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에는 하루 최대 4, 5척의 해파리 퇴치 선박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건져 올린 해파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가 최근 구의회에 제출한 어선 A호의 작업 일지를 보면 A호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17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작업했는데, 실제 해파리를 수거한 날은 이틀뿐이었다. 열흘간은 해초류와 비닐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기록돼 있다.

지역 어촌계 3곳의 계장이 매년 해파리 퇴치 작업에 투입할 어선과 어민을 임의로 선정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구는 입찰이나 수의계약과 같은 별도의 과정 없이 개별 어민과 계약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촌계장들은 “순번을 정해 매년 다른 어민에게 용선권을 준다. 기름값이 올라 인건비 인상을 요구했고 구가 이를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구는 올해부터 어선 출항 기록과 해파리 수거 건수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실제 해파리 퇴치에 필요한 어선의 수와 비용을 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운대구의회 문현신 의원은 “구는 적정한 해파리 퇴치 어선 수를 명확한 근거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차단망을 해파리 유입이 많은 길목에 배치하는 등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