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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21> 금정구 회동수원지 둘레길

편백숲·상쾌한 호수바람 … 타박타박 걷다보면 절로 힐링
오광수 기자 | 2019.05.23 19:09
- 옛 철마~동래장터 30리길
- 사람들 오가던 연결 통로
- 현인들이 신선됐다는 등
- 오솔길마다 이야기 수북
- 출발 구간은 비교적 완만
- 오륜대 주변 걷기엔 열악
- 부엉산 정상 전망대 서면
- 빼어난 풍광 ‘흘린 땀 보상’

부산 금정구 도심 속 산중호수 회동수원지. 이곳은 1964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다가 2010년 1월부터 개방됐다. 수영강 지류 철마천의 하구이다. 절경을 뽐내는 오륜대가 있는 곳이자 수변 산책로와 편백 숲, 땅뫼산 황톳길이 있는 곳. ‘힐링 1번지’ 회동수원지는 옛날 철마에서 동래장으로 오가던 30리 길의 연결통로였다.

수원지가 건설되기 이전 철마 사람들이 동래장에 가려면 굽이굽이 구곡천을 돌고 아홉산 아래를 지나 냇가를 건넌 뒤 오륜대 허리 쪽을 돌고 여우고개(부산가톨릭대 뒷자락)를 넘어 기찰을 거쳐서 갔다고 한다. 들짐승의 출몰이 잦은 한밤에는 기찰 탁주 도가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다른 일행을 기다렸다가 함께 철마로 돌아가곤 했다. 많으면 50대가 넘는 달구지가 요령 소리를 내며 고개를 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한다. 호주 선교사 왕길지(겔슨 엥겔) 목사가 부산항으로 들여와 1908년 철마교회에 기증한 ‘100살 넘은’ 풍금 역시 달구지에 실려 그 길을 따라갔다. 1942년 댐 공사가 끝나자 철마와 오륜대를 잇는 냇가 육로가 끊기고 마는데, 그래도 방법은 있었다. 수원지를 가로질러 쇠줄을 매단 뒤 이를 손으로 끌어당기면서 줄배를 타고 가는 식으로 철마와 동래장을 오갔다.

■ 수변 오솔길마다 이야기보따리

상현마을의 수변 산책로를 걷는 시민들. 회동수원지의 북쪽 끝에 있는 상현마을은 수영강의 시작점이다. 김성효 전문기자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 2번 출구로 나와 금정경찰서 종합민원실 맞은편에서 마을버스(3-1번)를 타고 상현마을로 간다. 상현마을은 회동수원지의 시작점이다. 옛날 이웃 마을 사는 현인(賢人)이 신선이 됐다고 해서 현리로 불렸고, 현리 위에 있어 상현(上賢)이 됐다는 얘기도 있다. 상현마을에 내리면 신선 캐릭터의 피규어가 반긴다. 이 중 3인의 신선 피규어는 트레킹 복장이다. 상현마을에는 수변 길에 여울 생태숲이 있는데, 원추리 등을 심은 수생초화원과 휴게 공간이 있다. 여울 생태숲을 따라가면 본격적인 회동수원지 둘레길. 오륜본동 땅뫼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 구간이 비교적 완만한, 호수를 끼고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흙길이다. 호수와 오솔길, 숲이 어우러져 발걸음은 상쾌하고 가볍다.

이어 신현마을 갈림길. 표지목(8코스 3번)이 이상하다. ‘오륜대 본동마을 2.1㎞’와 ‘오륜대 전망대 1.1㎞’ 표시판이 원래 방향이 아닌, 철마 쪽(아홉산 개좌산)을 가리키고 있다.

신현마을 갈림길을 지나면 호수를 따라 덱 길이 조성돼 있다. 여기서 회동수원지에 우뚝 솟은 오륜대가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걸어가면 음식점이 하나둘 들어선 곳이 나온다. 오륜대 수원지 마을이다. 보행로가 없는 아스팔트 길인 데다 그나마 좁다. 오륜대 오륜사 쪽으로 꺾는다. 보행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회동수원지 실증파일럿플랜트 연구센터를 지나 오륜본동 쪽으로 향한다. 한동안 보행로가 없는 좁은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야 한다. 마침내 번영로가 보인다. 그 아래 보행자 통로 앞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여기서부터는 전용 보행로가 일정 구간 조성돼 있다. 200여 m의 구간을 걷다가 왼쪽으로 꺾어 주말농장 등이 있는 농로에 접어든다.

■ ‘십휴정 기찰’에는 흔적만 남고

상현마을의 신선 캐릭터 피규어.
두꺼비가 사는 늪지를 지나면 삼거리. 이곳의 표지목 역시 이상하다. 상현마을 방향 표시를 따라 눈을 돌리면 엉뚱하게도 번영로 너머 오륜정보산업학교 쪽이다. 여기서 오륜본동으로 가는 길 역시 보행로가 없는 ‘전용 차로’. 오륜본동 마을로 가기 직전 부엉이가 많이 살아 이름이 붙여졌다는 부엉산(해발 176m) 정상의 전망대로 향한다. ‘15분 거리’라고 돼 있지만, 올라가는 길이 만만찮다. 그러나 전망대에 도착하면 보상을 받고도 남는다. 회동수원지와 주변의 산세가 빼어나다. 다섯 신선이 지팡이를 꽂고 노닐었다는 오륜대의 얘기가 실감 난다.

이어 오륜본동 마을의 땅뫼산 걷기. 땅뫼산 둘레길은 황톳길로 조성돼 있다. 편백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와 맨발로 느끼는 황톳길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이곳 황톳길은 땅뫼산의 황토와 대전 계족산 황토를 섞어 만들었다고 한다.

발길을 되짚어 번영로 아래 보행자 통로로 향한다. 이곳을 지나면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과 부산가톨릭대를 잇달아 만난다. 부산가톨릭대를 지나 걷다 보면 부곡3치안센터 옆에 ‘기찰 공원’ 표지석이 보인다. ‘기찰 어린이 공원’도 함께 있는데, 공원의 안내판에 기찰 마을의 유래가 적혀 있다. 조선시대에 지금의 금정농협 기찰지점 자리에 십휴정(十休停) 기찰이 있었다. 기찰은 부곡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 십휴정 기찰은 동래와 양산을 거쳐 한양으로 가던 길목에 있었던 검문소. 초량왜관 설치 후 부쩍 왕래가 잦아진 왜인과의 밀무역을 단속하려고 설치했다. 바로 옆에 북한과 시베리아, 중국을 거쳐 러시아의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는 중앙대로가 뚫려 있으니, 예나 지금이나 ‘큰길’은 결이 같다. 오광수 기자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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