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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명칭 변경’ 주민 자발 서명이라더니…알고보니 강제 할당

북구, 주민 절반이상 찬성 목표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 2019.05.21 19:38
- 공무원 동원 지인 등 참여 지시
- 매달 한 차례 실적 보고 요구도
- “구시대적 발상” 안팎 비난 쇄도

부산 북구가 구 명칭 변경을 위해 추진하는 ‘주민 주도적 서명운동’이 사실상 ‘동별 할당량 채우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구는 올해 말까지 구 명칭 변경에 관한 주민 여론을 모으려고 최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애초 북구는 지난달 30일 ‘구 명칭 변경 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협의회를 중심으로 주민에 의한 자발적 서명운동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북구는 전체 주민의 절반인 14만여 명에게서 찬성 서명을 받는다는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 북구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고 공무원과 가족, 지인을 서명운동에 참여하도록 지시했다. 또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는 통·반 조직을 활용해 서명을 받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북구는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 매달 한 차례 서명운동 실적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공개적으로 선언한 ‘주민 주도적 서명운동’과 괴리가 크자 북구 공무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북구 공무원노조 이주호 지부장은 “북구가 추진하는 서명운동은 지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직원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주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생략돼 안타깝다”고 했다.

구의회 역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북구가 지나치게 서두른다며 속도 조절과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북구의회 민주당 김명석 의원은 “거점별 토론회도 마치지 않았는데 서둘러 서명운동까지 해 내부에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며 “북구는 구 명칭 변경 필요성을 주민에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당 김효정 의원은 “찬성과 반대 여론 분포도 알 수 없는데 주민 50% 이상 동의를 받아오라는 건 비현실적이고 강압적이다. 자칫 거짓 서명이 이뤄지는 건 물론 일선 공무원과 통·반장의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구는 “일부 반발은 이해하지만, 구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민 서명이 중요해 관이 개입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북구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판단과 법률 개정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서명은 주민의 주요 의사 표시가 된다”며 “민간에게만 맡겨둘 수 없어 목표치를 정하고 실적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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