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구·군에 8곳 건립 계획 내놔
- 시설 - 주민 간 상생 해법 찾아야

부산 한 주택가에서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가정이 개관을 앞두자 인근 주민이 거세게 반발한다. 지난 17일 조현병 환자 안인득(42)이 벌인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이후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자해 등이 잇따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부산 북구 금곡동 일부 주민이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가정 앞에 붙인 현수막.

부산시와 북구는 정신질환자를 보호·관리할 시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지만, 주민 반발 역시 타당한 이유가 있어 곤혹스러워한다. 특히 시는 2022년까지 각 구·군에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가정 8곳을 건립하는 계획을 내놔 앞으로도 상당한 마찰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시와 구·군이 시설과 주민 간 상생 해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구는 A사회복지법인이 금곡동에서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가정을 운영하기로 해 신고필증을 교부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공동생활 가정은 병원에서 상당 기간 치료했지만, 독립해 생활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자들이 함께 사는 시설이다. A사회복지법인은 앞으로 여성 정신질환자 6명을 이곳에 수용해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금곡동 주민은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최근 조현병 환자들의 잇단 강력범죄가 이어진 데다, 이 시설이 빌라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자리를 잡은 탓에 주민 불안과 반발을 부채질한 셈이 됐다. 이에 주민자치회 등은 시설 운영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금곡동 곳곳에 내걸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 긴급 반상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반대 서명운동도 벌이기로 했다.이수재 금곡동 주민자치회 수석부회장은 “누군가는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겠지만, 금곡동은 부산에서 영구임대주택이 가장 많아 취약계층이 밀집한 곳이다.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가정까지 들어서는 건 주민의 안전을 무시한 차별 행위”라며 “시설이 운영을 시작하면 엄청난 저항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구는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가정은 ‘허가 시설’이 아니라 ‘신고 시설’이라 구가 할 수 있는 조처는 없다고 난감해한다. A사회복지법인은 북구의회와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A사회복지법인 관계자는 “주민의 우려를 이해한다. 하지만 공동생활 가정에 입소할 환자는 대부분 치료가 돼 강력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며 “시간을 가지고 설득 작업을 이어가 지역 주민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구의회 김명석 의원은 “최근 사태를 보면,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가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주민 동의 없이 시설을 늘리겠다는 시의 접근 방식, 신고 시설이라 어쩔 수 없다는 북구의 대처 모두 문제”라며 “시와 북구는 주민과 시설 간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