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이제 집 밖으로 아이를 내보내기도 무서워해요. 애들 친구가 그렇게 됐으니….”

지난 17일 새벽부터 벌어진 난데없는 방화·흉기 난동에 이웃 5명을 잃은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주민들이 좀처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8일 만난 주민 A(36)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안인득은 예전부터 지나가는 사람에게 해코지한다는 소문이 돌아 학부모들이 경계하던 사람이었다”며 “결국 이런 사달이 났다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내 아이가 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하다”고 했다.

불이 난 303동 1층에 사는 B 씨는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소리치는 통에 겁을 먹고 있다가 잠시 뒤 집을 나섰는데, 온통 핏자국이고 다친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며 “끔찍한 광경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다시 집에 들어갈 수도, 그렇다고 바닥에 누운 사람들 너머로 건물 밖을 나갈 수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에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한참을 아파트 단지 평상에 앉아 있어야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오전 아파트 주민 C 씨는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임대아파트에 대한 선입견까지 겹쳤다.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없어 입소문에 오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C 씨는 또 “관리사무소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조처가 없었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편 이 아파트 관리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안 씨에 대한 민원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4건 있었다. LH 관계자는 “당시 민원은 단지 내 소란행위로 분류됐고, 안 씨가 폭력 행위를 한 것은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유족들이 바라는 조처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