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촬영·유포·사이버성희롱·협박 등
- 1366부산센터 작년 상담건수 118건
- 2012~2017년 55% 벌금형에 그쳐
- 예방 앞서 처벌 강화 등 근본대책 시급

‘버닝썬’ 파문으로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관계 기관이 범죄 예방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등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긴급전화 1366부산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센터는 118건의 디지털 성범죄 상담을 진행했다. 피해유형별로는 불법촬영이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이버 성희롱(30건) 촬영물 유포(24건)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21건) 사이버 스토킹(1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센터는 상담 접수 후에는 사안에 따라 경찰 수사를 연계하거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등에 지원을 요청한다. 김종란 1366부산센터장은 “유포된 촬영물에 대한 확산을 막거나 삭제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다”며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수사와 처벌보다 영상 유포를 막는 게 우선인 피해자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과 달리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이를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 2차 가해가 쉽게 이뤄진다. 최근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가 알려지자 포털 검색어에 ‘정준영 동영상’이 상위에 랭크되는 등 2차 가해가 확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산에서도 디지털 성범죄 예방 대책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12일 ‘여성·아동보호 지역연대위원회’를 열고 여성·아동 대상 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지역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 위원회에는 여성폭력 예방시설과 부산경찰청, 부산시교육청, 부산소방본부 등이 참여한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성범죄 예방을 위한 ‘몰카 안심 순찰대’를 발대했다. 순찰대는 매달 10차례, 하루 3시간 관내 도시철도와 지하상가 등에서 불법카메라 설치를 점검한다.

하지만 예방에 앞서 처벌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표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7446명이었지만, 징역이나 금고형에 처해진 이는 647명(8.7%)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55%(4096명)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가 27.8%(2068명)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남 의원은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 동영상을 유포했을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 처벌하며, 불법촬영물 유통을 통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등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