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한 넘겨 항고 이미 불가능

- 선고기일 몰랐던 검경 비난 여론

- 허술한 수사당국 공조도 ‘도마’

- 검경은 뒤늦게 “현지조사 검토”

노르웨이 법원이 부산 신혼부부 실종 사건 용의자의 국내 송환을 불승인(국제신문 18일 자 8면 보도)하는 과정에서 우리 법무부와 검찰·경찰은 현지 재판 날짜조차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 달라고 요청한 당사자가 선고기일도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현지 법원에 항고할 기회를 놓치는 등 국내 형사 사법기관의 해외 공조 수사 능력이 매우 부실하다는 비판이 인다.

18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노르웨이 법원이 현지에 체류 중인 용의자 A(여·38) 씨의 국내 송환 청구를 기각한 날은 지난해 12월 5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한 달 뒤인 지난 1월 4일 재판 결과를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관에 전했고, 대사관 측은 같은 달 14일 법무부에 이를 알렸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 1월 22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통보했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노르웨이 법원의 범죄인 인도 청구 기각 결정에 항고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한다. 노르웨이 현지 법상 범죄인 인도 청구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 기한은 3일 이내인데, 법무부가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을 때 이미 기한을 넘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이 미리 현지 법원의 선고기일을 챙겼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 결과를 인지한 이후 법무부와 검찰의 대응도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검찰에 별도 조처를 주문하지 않았고, 이에 검찰도 결정 내용만 확인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검찰은 용의자의 송환이 불가능해진 사실을 경찰에는 통보하지 않는 등 국내 수사기관 간 공조도 이뤄지지 않았다. 동부지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에 미칠 영향이 없다고 판단해 청구 기각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며 “외국어로 작성된 결정문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장군에서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조은D&C 사기 사건’이 지난 1월에 넘어온 것도 처리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해명했다.

용의자의 범죄인 인도 청구가 기각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검찰과 경찰은 뒤늦게 “현지 법원에 항고를 요청하는 게 타당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내놓은 어설픈 대책이었다. 

검경은 항고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엔 “범죄인 인도 재청구를 요청하거나 용의자를 현지에서 조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이번 사태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해외 범죄 수사에 취약한 검경의 허점이 노출됐다. 검경 내 전문 인력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법조인은 “용의자 인도를 요청한 검경이 적극적으로 재판 결과를 챙겨야 했다”며 “기각되면 바로 항고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데, 모든 면에서 대처가 늦었다”고 꼬집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