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상태 선장 긴급체포 후 조사

- 인근 주민 “지진급 충격 전해져”

- 교통마비로 운전자 불안에 떨어

6000ｔ급 러시아 대형 화물선이 항로를 이탈해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선박은 앞서 해상에서 다른 요트를 잇따라 충돌한 뒤 광안대교로 돌진했다. 음주 측정 결과 선장은 술을 마신 상태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즉각 광안대교 차량 통제를 하지 않고 한동안 위험 상황을 방치하는 등 부산시와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해양경찰서는 28일 오후 4시24분 남구 용호동 광안대교 교각 구조물에 대형 화물선이 충돌했다고 밝혔다. 이 화물선은 부산항 용호부두에서 출항한 러시아 선적 씨그랜드호(5998ｔ)로, 부두 앞에서 요트 3대를 1차 충돌했다. 이에 출동한 해경 경비정이 유람선과 떨어질 것을 지시하자, 화물선은 광안대교 대연동~해운대 방향 10번과 11번 교각 사이를 재차 들이받고 달아났다. 이 사고로 광안대교 하판 철 구조물에 가로 5ｍ, 세로 5ｍ 크기의 구멍이 났다. 또 가로 1ｍ, 세로 5m가량이 긁혔다.

사고를 낸 화물선은 도선사 도움 없이 자력으로 출항했다. 용호부두에서 광안대교까지 직선거리는 짧게는 500ｍ, 길어야 550ｍ에 불과하다.

현장을 목격한 인근 주민은 “지진급 충격이 전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당시 수영구 남천동 남천마리나 근처에서 낚시하던 이모한(80) 씨는 “배가 접근하는 걸 보고 왜 광안대교로 가는지 눈을 의심했다”며 “광안대교와 부딪힐 때 ‘쾅’ 하는 굉음이 울렸다. 이후 배가 멈춰 섰지만, 파도가 일 때마다 교각과 마찰하면서 금속성 소리도 났다”고 말했다.

위험천만한 사고가 벌어졌지만, 현장 조처는 늦어 시민 불만이 쏟아졌다. 교각이 파손됐는데도 차량을 일찍 통제하지 않아 운전자들은 불안에 떨며 광안대교를 건너야 했다. 실제 SNS에 올라온 사고 당시 동영상에는 화물선이 광안대교를 들이받자, 다리를 건너던 차량이 섰다 갔다를 반복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광안대교 하판 1개 차로와 49호광장 램프는 사고가 발생한 지 50여 분이 지난 오후 5시17분에야 통제됐다. 여기에다 시는 안전 안내 문자메시지를 오후 6시45분이 돼서야 발송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은 SNS에 글을 올려 “폭우가 오면 온천천 세병교를 통제한다고도 문자를 보내주는데, 광안대교 통제 사실은 긴급 문자메시지 한 통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안대교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차량 통제 이후 파손된 교량 구조물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 상습 정체 구간인 49호광장~황령터널~동서고가로~서면교차로 일원이 밤늦게까지 혼잡을 빚었다.

해경은 달아난 씨그랜드호를 붙잡아 오후 8시16분 다시 용호부두로 입항시켰다. 선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였다. 조타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해경은 선장을 긴급체포하고, 조타실 내 CCTV 등을 확보해 사고 당시 선박을 운항한 게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먼바다로 가야 할 선박이 왜 광안대교 쪽으로 운항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배지열 류민하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