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구·구의회에 제공 요구

부산 강서구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구와 구의회에 초등학교 통학버스 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방적으로 통학지역이 조정돼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교육청이 제공하던 통학버스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21일 강서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7일 강서구 명지동 두산 위브, 엘크루 솔마레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으로 명지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자체 공청회를 열고 통학버스 제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두 아파트 주민들이 자체 공청회까지 열게 된 것은 부산 북부교육지원청이 제공하던 초등학교 통학버스가 다음 달 운영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2016년 이전 두 아파트에 살던 초등학교 취학 대상 어린이들은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명호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시교육청이 통학지역을 조정하면서 아파트에서 1.2㎞ 떨어진 오션초등학교에 배정됐다. 통학 거리가 멀어지자 두 아파트 입주민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북부교육지원청은 오전과 오후 각 4차례 2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통학버스를 지원했다. 교육청은 애초 1년만 통학버스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주민 요구가 거세자 기간을 연장했다.올해 초 두 아파트 주민들은 또다시 통학버스 운영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시교육청과 북부교육지원청은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연장 불가 방침을 전했다. 통학버스 지원을 위해 예산이 연간 6000만 원 필요한데, 특정 학생을 위해 이 같은 예산을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주민들은 구와 구의회에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두산 위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송상민 회장은 “1.2㎞가 성인에게는 긴 거리가 아니지만 어린 학생이 느끼기에는 매우 멀다. 통학로에 해안도로가 있고 과속 차량이 많아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학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민 요청에 강서구의 속내는 복잡하다. 강서구는 다음 달 열릴 교육 경비 보조금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따른다고 밝혔으나, 교육청과 마찬가지로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거부하자니 1800세대가 넘는 아파트 주민의 요구여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구의회 또한 주민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도 구로서는 부담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교육 경비 신청 접수를 마친 뒤 신중하게 검토해 불필요한 논란을 낳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