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동면 폐열 활용 친환경 시설
- 자전거길 없어 외지인 안 찾아
- 목욕탕은 유료에다 멀어 ‘외면’

경남 양산시가 수십억 원을 들여 건립한 친환경 에너지타운이 이용객의 외면으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11일 양산시에 따르면 원동면 화제리 친환경에너지타운 내 목욕탕을 이용하는 인원은 하루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친환경 에너지타운은 농산물 선별장과 저온 저장시설, 농산물 판매장도 갖추고 있지만, 이 시설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에너지타운은 열병합 발전시설에서 발생한 폐열을 전기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시설이다. 내부에 목욕탕과 족욕장, 농산물 판매장, 저온 저장고, 선별장, 회의실, 주말 농장 등을 갖추고 있다. 시는 48억 원을 투입해 이 시설을 건립하고 지난 5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애초 시는 에너지타운이 화제리 주민과 관광객에게 동시에 편의 시설을 제공하면서 주민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자전거 동호인이나 관광객이 에너지타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농산물도 구입하면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운영 실적이 미미해 시가 사업을 성급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타운 목욕탕은 유료인데다, 주거지와 1㎞ 이상 떨어져 주민이 찾기 쉽지 않다. 주민들은 거리가 멀어도 무료인데다 주변에 음식점 등 편의 시설도 있는 원동면사무소의 문화센터를 더 자주 이용한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에너지타운 목욕탕 물로 사용하는 지하수를 6차례 조사한 결과 세 차례 염분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처 없이 그대로 사용 중이다. 또 자전거길 등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연 것도 에너지타운 이용이 저조한 원인으로 꼽힌다.

시는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우선 추가 부지를 매입해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고(故) 김정한 소설가의 작품 ‘수라도’에 나오는 지역을 이용해 관광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화제리 주민 김영진(56) 씨는 “시가 조금만 신경썼다면 수십억 원을 들인 시설이 지금처럼 휑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대형사업을 추진하면서 내 일처럼 세심하게 챙기는 책임감 있는 자세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