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승객·시장 방문객 몰리는데

- 동선 뒤엉켜 보행·안전권 위협

- 내달 완공 앞두고 민원 빗발

부산교통공사가 도시철도 덕천역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하면서 역사 내에 상가를 짓는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인근 주민과 상인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상가가 들어서면 통행로의 폭이 좁아져 역 이용이 불편해질 뿐 아니라 인근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11일 부산교통공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통공사는 2015년 노후화한 덕천역 역사 환경 개선 계획을 세웠으나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다가 2017년 4월 덕천역 지하 공간 817㎡ 부지에 상가 24개를 짓는 조건으로 민간 업체에 사업을 맡겼다.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 공사에 들어가 다음 달 5일 완공을 앞두고 있다. 교통공사는 앞으로 20년간 업체로부터 약 58억 원의 수익금을 받을 예정이다. 

문제는 인근 주민과 상인은 역사에 상가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통공사는 2개로 나뉘어 있던 고객센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공사를 마무리한 뒤 지난달 20일부터 상가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이때까지 역 환경 개선 공사만 진행되는 줄 알았던 주민과 상인은 거세게 반발했다.

덕천역은 도시철도 2, 3호선 환승역일 뿐 아니라 인근 구포시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이용해 평소에도 혼잡하기로 유명하다. 상가가 들어서면 통행로의 폭이 5.8ｍ에서 3.0ｍ로 줄어들어 통행에 불편이 예상된다는 게 주민의 주장이다. 특히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 부근 통로가 좁아져 장애인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산북구장애인연합회 조호열 국장은 “승강기 부근 통로가 체감상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 교통공사가 이윤을 창출하는 것도 좋지만 일반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인근 상인의 불만도 크다. 상인 김모(56) 씨는 “교통공사가 주변 상인들과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상가 조성을 결정했다. 가뜩이나 장사가 잘 안 되는데 역에 상가가 들어서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상인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이 빗발치자 북구의회도 나섰다. 현장을 방문한 북구의회 정기수 의장은 “교통공사가 덕천역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상가 조성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통행로 폭이 줄고 동선이 뒤엉켜 보행권과 안전권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구의회는 부산시와 지역 국회의원에 문제점을 알려 해결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관계자는 “역사 개선 사업을 맡은 민간업체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상가 조성을 허락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용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